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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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겸손한 공감』이다. 읽다 보면 자꾸 브레이크가 걸리는 책이 있다. 읽기 싫어서가 아니라, 읽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책 속에 담겨 있는 스토리 하나하나 호기심이 생기며, 표현한 문장 또한 마음에 스며드는 그런 느낌말이다. 이 책이 그러했다.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정신과 의사의 일과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 『겸손한 공감』을 통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며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이다. 직장인의 스트레스, 중년 여성의 우울, 마흔의 사춘기 등 한국적 특성에 기초한 세대별, 상황별 아픔에 주목하며 특히 팬데믹 이후로 변화된 정신건강 패턴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책날개 발췌)

진료라는 건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하는 행위지만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서 나라는 사람이 은밀하게 성장해가는 일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책으로 엮는 일의 목적은 환자들과 함께 하는 동안 벼락처럼 찾아왔던 지혜를 그분들께 되돌려 드리기 위함이다. 공짜로 얻은 보물을 혼자만 꿰차고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6~7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온 마음을 다하여 정신과 의사가 하는 일', 2장 '복잡한 일은 뒤로하고 행복해지는 법', 3장 '우울, 불안, 상처로 힘든 이들에게 전하는 말', 4장 '팬데믹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 공부'로 나뉜다. 병원 이름을 그렇게 지은 이유가 뭐예요?, 동화 같은 이야기의 힘, 기쁨을 찾아서, 비관주의의 매력, 행복은 그런 게 아니야, 언제나 봄일 수는 없다, 마스크 뒤에 숨은 마음, 내 방에서 출발하는 여행 등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가장 먼저 자신의 병원 이름을 왜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이라고 지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상담하다 보면 환자의 아픔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며 묵묵히 듣고 대화 나누는 것 외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줄 방도를 달리 찾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 정신과에는 명의가 따로 없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굳이 꼽자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가능한 최대의 관심을 기울여주는 의사라면 모두가 명의일 테다. (17쪽)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생각, 환자의 일화 등을 편안하게 들려준다. 그에 더해 정신과 의사에 대한 궁금증까지 살짝 해소해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니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편안하게 몰입해본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도 아마 나뿐만 아니라 많이들 궁금해하고, 직접 질문도 많이들 했을 것이다. 물론 수능 만점자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어쨌든 이렇게 호기심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도 괜찮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실 텐데 어떻게 푸세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이 말은 하루 종일 우울하다는 말을 들을 텐데 아무리 전문가라도 스트레스가 쌓여 괴롭지 않느냐고 짐작하고 묻는 것일 테다. 맞다, 별 수 없이 나도 스트레스를 엄청 느낀다. 어떻게든 풀어야 버틴다. 식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이런 질문에 "그냥 걷고 뛰어요"라고 대답한다. (27쪽)

또한 요즘에 부쩍 늘어난 상담 주제는 "가족이나 친구를 심리적으로 도와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방법을 알려달라"며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거기에 대한 몇 가지 팁은 실제 생활 속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란 가까움과 거리두기, 연결과 차단, 마음 터놓기와 경계 지키기,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를 요령껏 헤쳐나가는 일이다. 궁극적 인간관계 기술이란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 느껴졌을 때 반대쪽으로 자세를 바꿔 균형 잡는 것일 테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까. "극단이 세상을 값지게 만들긴 하지만 정작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중간치다"라고 했던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51쪽)

이 말도 인상적이다. 기억해두고 싶어서 적어놓는다. 인간관계가 힘들 때 꼭 떠올려야겠다. 요령껏 잘 헤쳐나가자고 말이다.

이 책은 슬슬 읽어나가다가 문득 눈을 크게 뜨고 그 표현에 마음이 한 번 더 가는 경우가 많다. 슥 읽어나가다가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어미 닭의 가슴팍 같아서 소망을 알처럼 품고 살다 보면 언젠가 부화해서 병아리가 되듯 꿈도 언젠가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일 테다.(44쪽)' 같은 문장이 나오면 한 번 더 음미해서 읽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의사의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으면서도 무언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우울한 순간 나는 어떻게 풀지,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푼다는데 등등 메모까지 해가며 읽어나간다. 든든한 노하우를 발견한 듯 여러모로 도움을 받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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