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술관 - 인간의 욕망과 뒤얽힌 역사 속 명화 이야기
니시오카 후미히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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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간의 욕망과 뒤얽힌 역사 속 명화 이야기라고 하여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책으로 하는 명화 감상은 테마로 작품을 묶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일 때 같은 그림도 달리 보이고 흥미를 자아내는데, 이 책은 인간의 욕망과 엮었다고 하니 더욱 솔깃했다.

<우유를 따르는 여인>이 페르메이르 집안의 3년 치 빵값으로 팔려 빵집 광고로 활용됐다는데?

폴 뒤랑뤼엘은 잡동사니 취급받던 인상주의 회화를 어떻게 부르는 게 값인 '귀하신 몸'으로 둔갑시켰을까?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 '상징 이미지 조작'의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피카소가 끊임없이 파격적인 기법을 탐구한 이유가 사진의 등장으로 화가의 밥줄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었다고? (책 띠지 중에서)

이 책 『부의 미술관』을 읽으며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8가지 욕망의 명화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이 책의 저자는 니시오카 후미히코. 다마미술대학교 교수이자 판화가. 『명화 수수께끼 풀이』로 열풍을 일으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다수의 미술서와 미술 프로그램 제작·기획에 참여했으며, UN 지구 서밋과 아이치만국박람회 기획에도 참여했다. (책날개 발췌)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 책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이후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욕망의 명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책은 14~16세기 이후 600여 년간 유럽의 이탈리아와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전개된 미술사와 문화사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8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0쪽)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서문 '인간의 욕망과 뒤얽힌 명화는 어떻게 부를 창조하고 역사를 발전시켰나?'를 시작으로, 1장 '빵집 광고로 활용된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2장 '천재 중의 천재 다빈치가 경제적으로 궁핍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3장 '렘브란트는 왜 자기 그림을 모사하는 '가짜 그림'을 양산했나', 4장 '메디치 가문 지하 금융의 도움이 없었다면 르네상스도 없었다?', 5장 ''신의 길드'와 '왕의 아카데미'가 날카롭게 대립하던 시대', 6장 '미술의 '프레젠테이션 기능'을 영리하게 활용한 인물, 나폴레옹', 7장 '폴 뒤랑뤼엘은 어떻게 '잡동사니' 취급받던 인상주의 회화에 가치를 불어넣었나', 8장 ''비평을 통한 브랜드화'가 예술의 가치를 좌우하던 시대'로 이어진다. 후기 '인간의 욕망은 미술사와 세계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다'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은 왜 16세기 유럽 예술가의 밥줄을 끊어놓았나'라는 부제로 시작되는 글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유럽 미술사는 그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는 말이 처음에는 어떤 의미인지 간파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말을 보니 알겠다. '미술계의 큰손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교회에서 들어오는 주문이 딱 끊기자 예술가들은 글자 그대로 '밥줄이 끊기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렸다.(21쪽)'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에서 그냥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회화 열풍이 거세게 일어났는데, 한 세기 동안 이 나라에서만 무려 600만 점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회화가 그려졌는데, 지금 회화의 대명사가 된 정물화와 풍경화는 바로 이 시기 네덜란드의 평범한 시민이 주도한 회화 시장에서 독립 장르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냥 단순히 미술 작품과 그에 관한 이야기를 되는 대로 풀어낸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 자체도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볼 때의 느낌으로 접하니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곳곳에 호기심이 생겨서 읽지 않을 수 없게 의문점을 심어주어서 '아, 왜 그런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 읽어나가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냥 단순히 '부'와 '미술'을 연결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사람의 마음을 버무려서 숨결을 불어넣은 느낌이다.

재미있게 읽었다. 예술 작품도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 그래서 지금껏 못 보았던 무언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바라보게 되었나 보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욕망의 명화, 명화를 움직이는 욕망의 세계사 이야기'

저자는 이 책의 핵심 콘셉트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좀 더 생동감 있고 흥미로운 명화 관련 책을 읽고 싶다면, 그 안에서 욕망을 찾아볼 수 있는 이 책이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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