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시작은 좀 헷갈렸다. 작가의 말인 건지 소설인지 알 수 없는 글로 바로 시작되어 이야기가 이어지고, 난 궁금해서 역자 후기를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 『마음의 푸른 상흔』은 소설과 에세이가 교대로 이어지는 형식 면에서도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맨 처음 시작도 그렇다.
1971년 3월
이렇게 쓰고 싶다. "세바스티앵은 휘파람을 불며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조금 숨이 찼다." 십 년 전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두 사람은 물론 극 중 인물이다. 나의 유쾌한 연극에 나온다. 빈털터리이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시니컬하지만 점잖은 그들을 보여주는 건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9쪽)
사강이 1960년에 발표했던 희곡 「스웨덴의 성」에 나왔던 인물들이 이 작품에 재등장하는데, 첫머리에서 사강이 "십 년 전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라고 하면서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두 사람은 물론 극 중 인물이다. 나의 유쾌한 연극에 나온다"라고 했을 때 그 연극이 바로 사강의 첫 번째 희곡인 「스웨덴의 성」이라는 것이다.
항상 새 작품에는 새로운 인물만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인물들을 오랜만에 다시 불러내어 생명을 불어넣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렇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일을 요모조모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모습이 나올지 모르니 독자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