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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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은 좀 헷갈렸다. 작가의 말인 건지 소설인지 알 수 없는 글로 바로 시작되어 이야기가 이어지고, 난 궁금해서 역자 후기를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작품 『마음의 푸른 상흔』은 소설과 에세이가 교대로 이어지는 형식 면에서도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맨 처음 시작도 그렇다.

1971년 3월

이렇게 쓰고 싶다. "세바스티앵은 휘파람을 불며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조금 숨이 찼다." 십 년 전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두 사람은 물론 극 중 인물이다. 나의 유쾌한 연극에 나온다. 빈털터리이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시니컬하지만 점잖은 그들을 보여주는 건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9쪽)

사강이 1960년에 발표했던 희곡 「스웨덴의 성」에 나왔던 인물들이 이 작품에 재등장하는데, 첫머리에서 사강이 "십 년 전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라고 하면서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 두 사람은 물론 극 중 인물이다. 나의 유쾌한 연극에 나온다"라고 했을 때 그 연극이 바로 사강의 첫 번째 희곡인 「스웨덴의 성」이라는 것이다.

항상 새 작품에는 새로운 인물만을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인물들을 오랜만에 다시 불러내어 생명을 불어넣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렇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일을 요모조모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모습이 나올지 모르니 독자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1972년 4월에 탈고한 낯선 형식의 이 작품은 무엇보다 자전적 요소가 많이 포함된 글이므로 때로는 사강의 생각이 난해해서, 또 때로는 불연속적이어서 작품 속으로 금세 빠져들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사강이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작품보다 사강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마음의 푸른 상흔』이다. (191쪽)

이 사실을 모르고 읽었음에도 이 책을 이번에 프랑수아즈 사강 시리즈 중 마지막 순서로 정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어가면서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살아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숨 하나, 손목에 느껴지는 심장박동, 정원 앞에서 황홀감에 빠진 눈빛, 한 사람, 하나의 계획일 뿐이다. 자살은 모든 걸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자살한 사람은 용기도 많고 죄도 많은 사람이다. (176쪽)

심리묘사를 묘하게 하여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살한 로베르의 속마음을 잘 표현했다. 글자 하나하나에 머물며 그 표현력에 감탄한다.

이 책도 역시 사강이어서, 사강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동안 내가 생각하던 가치라든가, 어느 선까지의 기준을 와르르 무너뜨린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말이다. 문학이라는 매체로 세상을 바라보는 폭을 넓혀본다. 문학이기에 가능한 일이니까. 사강의 책을 읽으면 그 매력에 빠지지 아니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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