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동화에 보면 공주와 왕자가 결혼하며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며 책이 끝나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살다 보면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도 그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더 절절하게 느끼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쓴 프랑수아즈 사강의 나이는 겨우 21세였지만 독자는 그보다는 훨씬 더 세상 풍파를 겪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것도 끝나는 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 영원하지도 않으며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사강의 이 소설 역시 지금 시대에 내놓아도 전혀 시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요즘 시대 요즘 감성과도 맞아떨어진다.
특히 사강은 순간적인 이야기들을 감정에 알맞은 표현을 잘 선택해서 하고 있다. '하늘이 슬퍼 보여서 우리는 겉창을 닫았다(130쪽)'라든가 '행복은 표시가 없는, 평평한 사물이다.(126쪽)'처럼 표현 자체가 사강이 표현하는 말이어서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놀랐다. 미소 짓는 내가 보였던 것이다.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200쪽)
책을 읽고 나서야 '어떤 미소'의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그냥 이 부분만을 읽어서는 다가올 수 없는 감성이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독자를 끌고 가서, 절묘한 타이밍에 그 이야기를 풀어낼 때 비로소 크게 와닿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강의 뛰어난 감성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어서 수작으로 평가받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