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두 번째 소설 『어떤 미소』이다. 그냥 '두 번째'라고 하면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겠지만, 배경을 알고 보면 엄청나다. 이 소설이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알고 보면 엄청난 창작의 고통 속에서 피어난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자들이 아는 바와 같이 프랑수아즈 사강은 1954년 19세 어린 나이에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로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데뷔작이 워낙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탓에 독자와 평론가들은 그녀의 다음 작품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고, 사강 역시 정신적 압박을 느꼈던지 차기작을 이 년 동안이나 공 들여 구상했다. 그렇게 하여 발표된 작품이 바로 『어떤 미소』이다. 다행히 이 작품 역시 데뷔작만큼이나 큰 사랑을 받았고, 몇몇 평론가는 『슬픔이여 안녕』보다 더 훌륭하게 평가했다. 이 년 뒤인 1958년 장 네귈레스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207쪽)

그렇게 이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알고 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두 번째 소설 『어떤 미소』를 읽어보게 되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19세에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그녀는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

자유분방한 생활로 유명했던 그녀는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으로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을 낳았다. 50대에는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2004년 사강이 병환으로 별세하자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책날개 발췌)



어릴 적 동화에 보면 공주와 왕자가 결혼하며 '그 후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며 책이 끝나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살다 보면 나중에야 알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도 그 동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더 절절하게 느끼는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와닿을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쓴 프랑수아즈 사강의 나이는 겨우 21세였지만 독자는 그보다는 훨씬 더 세상 풍파를 겪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랑이 시작되는 것도 끝나는 것도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랑이 영원하지도 않으며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사강의 이 소설 역시 지금 시대에 내놓아도 전혀 시차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요즘 시대 요즘 감성과도 맞아떨어진다.

특히 사강은 순간적인 이야기들을 감정에 알맞은 표현을 잘 선택해서 하고 있다. '하늘이 슬퍼 보여서 우리는 겉창을 닫았다(130쪽)'라든가 '행복은 표시가 없는, 평평한 사물이다.(126쪽)'처럼 표현 자체가 사강이 표현하는 말이어서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놀랐다. 미소 짓는 내가 보였던 것이다.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200쪽)

책을 읽고 나서야 '어떤 미소'의 그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부분은 그냥 이 부분만을 읽어서는 다가올 수 없는 감성이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지며 독자를 끌고 가서, 절묘한 타이밍에 그 이야기를 풀어낼 때 비로소 크게 와닿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이야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강의 뛰어난 감성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어서 수작으로 평가받았나 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