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후기를 보면 소설의 제목인 '한 달 후, 일 년 후'는 작품 속에도 인용되어 있듯이 프랑스의 비극작가 라신의 희곡 「베레니스」 중 로마 황제 티투스와 유대 여왕 베레니스의 이별의 장면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이 대사는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연인들의 애절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사강은 반대로 이 구절을 통해 한때는 사랑했지만 세월이 흐르면 변하고 잊혀지게 마련인 남녀간의 사랑과 젊음의 덧없음을 아련하게, 조금은 냉소적으로 설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186쪽)
이 대화를 보았을 때 나는 마음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도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그것을 알면서도 끌려가고 모르면서도 그렇게 운명의 수레바퀴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이 소설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들려주는 사랑의 짧음과 덧없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과 인생의 짧고 덧없음을 사강 특유의 문체로 풀어내어 승화시킨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