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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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품 해설에 보면 사강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언급한다.

"나는 한 번도 내 작품들을 통해 평가받지 못했어요. 사강이라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죠. 시간이 흐르자 작품을 통해 평가받게 됐어요. 그리고 나는 그것에 익숙해졌죠." (188쪽)

그러고 보니 그렇다. 그녀의 작품을 읽기도 전에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이름과 그녀의 강렬한 삶이 먼저 기억에 남아 있었고, '언제 한번 사강 작품을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한참을 지난 후, 지금에야 그녀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사강이라는 사람만이 보이다가 점점 작품이 커다랗게 눈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한 달 후, 일 년 후』는 1957년 발표된 사강의 세 번째 소설이다.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이나 두 번째 소설 『어떤 미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 년 전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여주인공이 이 소설을 좋아하여 소설 속 여주인공 이름인 '조제'로 불리고 싶어 하는 대목이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사강 역시 조제라는 인물에 대해 꽤나 큰 애착을 가졌던 듯, 사 년 뒤인 1961년 희곡 「신기한 구름」에 조제를 다시 등장시킨 바 있다. (194쪽)



순서로 보자면 『어떤 미소』보다 뒤에 나온 것이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거기에서 소설 속 여주인공이 '조제'로 불리고 싶어 하던 대목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내가 그 '조제'가 나오는 사강의 소설을 읽으리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장담할 수 없는 것이고, 나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예전에는 소설에 흥미가 별로 없었지만, 요즘에는 소설 속에서 작가의 상상력을 보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문학 작품에 녹여낸 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찾아내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소설의 제목인 '한 달 후, 일 년 후'는 작품 속에도 인용되어 있듯이 프랑스의 비극작가 라신의 희곡 「베레니스」 중 로마 황제 티투스와 유대 여왕 베레니스의 이별의 장면에 나오는 대사라고 한다. 이 대사는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연인들의 애절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지만, 사강은 반대로 이 구절을 통해 한때는 사랑했지만 세월이 흐르면 변하고 잊혀지게 마련인 남녀간의 사랑과 젊음의 덧없음을 아련하게, 조금은 냉소적으로 설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당신은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될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겠죠."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고독해지겠죠. 그렇게 되겠죠. 그리고 한 해가 또 지나가겠죠……." (186쪽)

이 대화를 보았을 때 나는 마음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사랑도 인생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그것을 알면서도 끌려가고 모르면서도 그렇게 운명의 수레바퀴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이 인생인가 보다.

이 소설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들려주는 사랑의 짧음과 덧없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과 인생의 짧고 덧없음을 사강 특유의 문체로 풀어내어 승화시킨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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