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 뒤표지에 있는 한 마디 말에 이 소설에 대한 호감이 급상승했다.
"건강하면 착해지는 건 쉬운 법이야. 세상이 밝게만 보이니까. 하지만 몸이 아프면 어떤지 알아? 긴 방학이 계속되는 거야. 끝없는 답답함에 미쳐버리게 된다고." (책 뒤표지 중에서)
병원에 있어 보면 정말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서 덩그러니 떨어진 느낌이 든다. 인생의 방학이라고들 하지만, 그 방학도 끝이 보여야 쉬어줄 맛이 있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담한 상황이 되면 정말 답답함에 미쳐버리게 된다는 거 맞는 말이다.
한 가지 더. 작가의 말에 보면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이 우러난 것이다.
안녕하세요. 실은 이 소설은 2009년생입니다. 당시 저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소설 속 친구처럼 듣는 약이 하나도 없어 죽기로 되어 있었기에 그냥은 죽기가 아쉬워 쓰게 된 글입니다. 조금만 더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한 3년 정도 단편만 써오던 제가 한 친절한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드릴 말씀이 없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듣고는 한가하게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한 권을 남겨야겠다는 조급함에 무작정 써내려간 첫 '장편'입니다. 그때의 제목은, 웃지 마세요, 《소년의 일생》 (233쪽)
그러니까 작가는 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임상시험에 참여해 신약을 먹게 되면서 죽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절실함도 사그라들고 우여곡절 끝에 이 작품을 다시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