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 - 33가지 질문으로 파헤쳐본 조선의 빛과 그늘
김용남 지음 / 바틀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500년 조선의 빛과 그늘을 파헤치는 33가지 돌직구 질문과 답을 들려준다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다. 일단 제목에 '매운맛'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책 속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매운맛을 제대로 살펴본다고 하니 그것부터가 먼저 관심이 생겼다.

또 한 가지. 저자는 제도권 내의 한국사 전공자가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럼에도 조선사를 쓸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고정관념을 탈피한 합리적 판단이라는 것이다. 한국사 학계에 발을 담그고 있지 않기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참신함이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이 책이 궁금해졌다.

어떤 질문들과 답변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용남. 21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문학, 독서 등 국어과목과 한국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 등 사탐과목은 물론이고 한문, 철학, 문화비평까지 두루 맡아 가르쳤다. 재직 중 80여 개 국가를 자유롭게 배낭여행하면서 세계사의 현장을 확인하고 『대세 세계사』를 썼다.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는 항상 동시대의 한국사와 세계사를 비교하면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것은 권유했다. 이번 책은 조선사에 그와 같은 방식을 적용한 결과물이다. (책날개 발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헬 조선'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헬 한국이 아니라 헬 조선인 이유는 현재 한국 사회가 과거 조선과 비슷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헬 조선이란 말은 한국과 함께 조선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고구려는 대륙을 호령하는 강한 국가였고, 고려는 국제무역이 활발한 개방적인 국가였는데, 조선은 무기력하고 폐쇄적이며 지배층이 외국에는 굴종하면서 안에서 백성을 착취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19세기 조선의 모습일 뿐, 초기인 15세기 조선은 뛰어난 시스템을 갖추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보다 문명 수준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헤븐 조선이 왜 헬 조선으로 퇴보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중심으로 기존의 역사 해석을 검토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해 보았습니다. (7쪽)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들어가며 '눈 맑은 제자들과의 역사 대화'와 추천사 '독자를 성장시키는 역사책'을 시작으로, 1장 '발단: 14세기, 조선 건국에 정당성이 있는가?', 2장 '절정: 15세기, 누가 성군이고 누가 폭군인가?', 3장 '위기: 16세기, 조선은 왜 위기를 맞이했나?', 4장 '전환: 17세기, 변화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5장 '전개: 18세기, 개혁인가 수구인가?', 6장 '하강: 19세기, 헬 조선 도래는 필연이었나?', 7장 '결말: 20세기, 누가 책임을 졌는가?'로 나뉜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타당했는가?, 조선의 시스템은 성공했는가?, 백성에게 최고의 국왕은 누구인가?, 성종은 왜 혼인보조금을 지급했는가?, 까불이는 세계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 선조는 유능했나 무능했나?, 광해군은 오해받고 있는가?, 북벌은 과연 가능했나?, 조선은 언제부터 망하기 시작했는가?, 조선 왕 암살 의혹은 사실인가?, 조선 후기 르네상스는 존재했는가?, 사도세자는 죽어야만 했는가?, 조선의 운명이 달라질 뻔한 사건은?, 누가 나라를 팔았는가?, 조선 망국은 왜 8월 29일에 발표되었나?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들려준다.

이 책은 지혜와 김 선생의 대화로 구성된다. 지혜는 학생 가운데 특히 역사에 관한 호기심이 컸던 여러 제자를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한다. 그들의 끊임없는 질문이 수업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이 책의 뼈대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조선만의 역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사와 함께 짚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더욱 풍성하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시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지, 조목조목 살펴주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성계와 나폴레옹은 은근히 공통점이 많다면서 그들의 공통점을 짚어보는 방식도 신선했고, 고종과 일본의 메이지 덴노는 1852년생 동갑이며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 비슷한 기간 동안 전제군주로 살았는데, 메이지는 일본을 강대국으로 올려놓았고 고종은 망국의 군주가 되었다(258쪽)는 식으로 비교해주니 조선만이 아닌 세계로 좀 더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다.

세계사를 보면 조선처럼 통일왕조가 500년을 간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일본이라든가 유럽 국가들의 경우를 비교해 주거나 중국에서 가장 오래 존속한 왕조가 319년 유지된 송나라라는 이야기를 해주며 비교하는 등 입체적으로 다방면에서 역사를 살펴볼 수 있으니 흥미로웠다.



이 책은 무엇보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접근성이 뛰어난 책이다. 박식한 선생님이 조선사를 이야기해 주면서 배경지식이 풍부하니 동시대 세계사까지 섭렵하여 이리저리 설명해 주니 귀에 쏙쏙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선생님이 수업을 해주신다면 졸지 않고 눈 초롱초롱 뜨고 집중하여 수업에 참여할 것 같다.

그 시대를 다방면으로 살펴볼 수 있으니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사와 동시대 세계사를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어서 인상적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