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이건 내 인생이야!」라는 글을 보며 나 또한 피식 웃어보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주변 사람의 조언에 힘이 빠지는 경험이 있나 보다.
얼마 전 류시화 작가가 어떤 산문집에 쓴 글을 읽는데 씁쓸한 공감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가 인도에 갈 때마다 사람들은 물었다고 한다. 왜 인도에 가느냐? 인도보다는 유럽이나 중국으로 가라고 조언했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면 외로워서 어쩌냐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왜 그 좋은 곳을 버리고 왔냐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처음에 인도기행문을 내려고 할 때 출판사들은 출간을 거절하며 유럽기행문을 쓰면 돈을 대주겠다고 했고, 죽음에 관한 책을 내려 할 때는 그런 책은 안 팔린다면서 거절했지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상업작가라고 비난했다… 등등의 내용이었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 몇 개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요즘 들어 부쩍 뭘 내려놓으라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많다. "아이고, 글 쓰는 거 힘들지 않아? 눈에도 좋지 않을 텐데… 이제 일 그만하고 놀지 그래." 이렇게 나에 대한 걱정 반, 일 그만두라는 권유(?) 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246쪽)
나도 한때는 '남들' 바람에 휘청이며 휘말렸다. 내가 잘못한 건가 생각이 들어 속이 문드러졌다. 하지만 그 '남들'은 조금만 지나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고는 그냥 웃어넘겼다. 절대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을 리셋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이다. 다시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이상으로 잘 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나니 그 모든 모습을 다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이 있거나 깨진 구슬을 하나씩 넣으면서 그걸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모든 것에는 문제가 있고, 완벽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생이라는 목걸이에도 좋은 구슬과 덜 좋은 구슬, 흠집 나고 깨진 구슬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자. 좋은 삶에는 거친 모래와 바람이 어느 정도 섞여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내게 강점, 약점이 있듯이 내 인생에도 좋은 일, 나쁜 일이 있었다는 걸 받아들이자. 앞으로도 그렇게 하자. (297쪽)
이 책은 제목보다 내용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읽는 것에 머물지 말고 자기 역사 쓰기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더 값진 보물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의 반 정도 흘러갔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과 함께 중간 점검을 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희망차게 꾸려나가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