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 - 오래된 나와 화해하는 자기 역사 쓰기의 즐거움
한혜경 지음 / 월요일의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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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이다. 100세 시대에 오십이면 딱 절반, 인생 2막을 위한 점검이 필요한 때다.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가고 싶다면 이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는 오래된 나와 화해하는 자기 역사 쓰기의 즐거움을 알려준다고 한다. '자기 역사 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지금까지 내가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이며,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나의 역사를 쓴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게 '나'를 배운다는 것! (책 뒤표지 중에서)

자기 역사 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싶어서 이 책 『기꺼이 오십, 나를 다시 배워야 할 시간』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한혜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40대 초반에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노인복지를 세부 전공으로 연구하며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넘나든 독특한 학력은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더 넓고 깊게 바라보며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오십 즈음의 당신, 비록 그동안 정신없이 살았고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당신은 이제야 인생의 첫 가을을 맞는 셈이다. 첫 번째 나를 추수하고 두 번째 나를 심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래, 첫 번째 인생을 사는 동안 난 뭘 몰랐어. 봄 날씨는 지나치게 변덕스러웠고 여름은 너무 뜨거웠어. 그래서 시행착오도 많았어. 하지만 두 번째 삶은 좀 다르게 살고 싶어"라면서 다음 50년을 위한 희망찬 인생 전략을 새롭게 짜야할 때가 된 것이다. (14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좀 더 일찍 나의 역사를 썼더라면 나는 암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2장 '50년간 켜켜이 쌓인 묵은 때들: 그간 만들어온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하여', 3장 '울고 있는 50세 아이: 상처에 또 상처, 마음이 닫아버린 것들에 대하여', 4장 ''나'라는 반세기 보물상자: 다음 50년을 피워낼 다섯 가지 희망에 대하여'로 나뉜다.



이 책은 자기 역사 쓰기에 관한 책이다. 오십 전후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인생 글쓰기를 하라는 것이다. 오십 즈음의 사람이라면 이 책을 그냥 궁금한 생각에 펼쳐들었더라도 자기 역사 쓰기에 관해서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특히 이 책이 오십 전후의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그동안 30대부터 80대 초반까지의 다양한 연령층에 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본 결과, 오십 즈음이 '나의 역사' 쓰기에 가장 적합하고 의미 있는 나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11쪽)이라는 것이다. 자기 인생에 대한 중간 점검이 필요한 나이이다.

오십에는 돌아볼 과거도 충분하므로 쓸 말도 많고, 풍부한 지하자원을 활용하여 꿈꿀 수 있는 미래 또한 풍성하게 남아 있는 나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의 뇌과학 연구결과에 의하면 오십 무렵의 뇌가 인생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한다. 정보 처리속도나 세부사항을 기억하는 정확도, 주의력 같은 건 20대보다 떨어지지만, 종합적인 사고능력, 언어 기억, 공간지각능력, 귀납적 추리 차원에서는 50대가 최고의 수행능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자기 역사 쓰기 사례가 다양하게 담겨 있다. 읽으면서 울컥하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샘솟는다. 우리는 스스로가 평범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누구도 평범하지만은 않은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지금 우리가 희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고통의 시간, 실망의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살아 있는 한 방황하는 존재가 인간 아닌가. 그러므로 흔들리고 고민한다는 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십이 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자신만만해지고 자기가 항상 옳다는 확신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남의 실수나 잘못에도 더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한발 더 나아가서 흔들림을 통해 힘이 생기고, 인생에 생생함이 더해진다고 생각한다. (296쪽)



「미안한데, 이건 내 인생이야!」라는 글을 보며 나 또한 피식 웃어보았다. 누구나 살다 보면 주변 사람의 조언에 힘이 빠지는 경험이 있나 보다.

얼마 전 류시화 작가가 어떤 산문집에 쓴 글을 읽는데 씁쓸한 공감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가 인도에 갈 때마다 사람들은 물었다고 한다. 왜 인도에 가느냐? 인도보다는 유럽이나 중국으로 가라고 조언했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면 외로워서 어쩌냐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왜 그 좋은 곳을 버리고 왔냐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처음에 인도기행문을 내려고 할 때 출판사들은 출간을 거절하며 유럽기행문을 쓰면 돈을 대주겠다고 했고, 죽음에 관한 책을 내려 할 때는 그런 책은 안 팔린다면서 거절했지만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상업작가라고 비난했다… 등등의 내용이었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 몇 개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요즘 들어 부쩍 뭘 내려놓으라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많다. "아이고, 글 쓰는 거 힘들지 않아? 눈에도 좋지 않을 텐데… 이제 일 그만하고 놀지 그래." 이렇게 나에 대한 걱정 반, 일 그만두라는 권유(?) 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말이다. (246쪽)

나도 한때는 '남들' 바람에 휘청이며 휘말렸다. 내가 잘못한 건가 생각이 들어 속이 문드러졌다. 하지만 그 '남들'은 조금만 지나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고는 그냥 웃어넘겼다. 절대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인생을 리셋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내 인생이다. 다시 과거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이상으로 잘 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나니 그 모든 모습을 다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목걸이를 만들 때 일부러 흠집이 있거나 깨진 구슬을 하나씩 넣으면서 그걸 '영혼의 구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모든 것에는 문제가 있고, 완벽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생이라는 목걸이에도 좋은 구슬과 덜 좋은 구슬, 흠집 나고 깨진 구슬이 섞여 있다고 생각하자. 좋은 삶에는 거친 모래와 바람이 어느 정도 섞여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내게 강점, 약점이 있듯이 내 인생에도 좋은 일, 나쁜 일이 있었다는 걸 받아들이자. 앞으로도 그렇게 하자. (297쪽)

이 책은 제목보다 내용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읽는 것에 머물지 말고 자기 역사 쓰기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더 값진 보물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의 반 정도 흘러갔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과 함께 중간 점검을 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희망차게 꾸려나가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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