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 반투명한 인간의 힘 빼기 에세이,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영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제목을 조용히 읊조려본다.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 무언가 조금은 마음의 무게가 덜어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잘 안되지만, 그래도 가끔은 당당하게 말해봐야겠다. '연연하는 마음 가뿐히 내려놓고 우리 조금 초연해집시다!'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살이 기를 쓰고 힘을 주어 무언가를 하고자 의지를 불태우면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된다. 오히려 힘을 좀 빼고 부담감을 덜면 차라리 자연스럽다.

제목부터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듯해서 본격적으로 이 책 《연연하기 싫어서 초연하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영. 만화를 그릴 땐 방울, 글을 쓸 땐 김영. 네이버 도전만화에 웹툰 《방울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19년 그림에세이 《제가 좀 찌질하고 우울해도요》를 독립출판했고,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최하는 '우수 만화 도서'에 선정되었다. (책날개 발췌)

자신이 너무 싫은 사람, 세상이 원망스러운 사람, 방황하는 사람, 인생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이론을 담은 책은 아니다. 그저 나와 비슷한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마음에 덤덤하게 내 얘기를 꺼내 놓은 책이다. 나와 함께 내 일기장을 들춰 보며 각자만의 좋은 해답을 얻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삶에 대해 떠올릴 때 조금이라도 가벼운 마음이 든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매우 기쁠 것이다. (5쪽)

이 책은 STEP 1에서 3까지 이어진다. STEP 1 '무수히 흔들렸던 나날', STEP 2 '나를 알아가는 여행', STEP 3 '연연하지 않는 기쁨'으로 구성된다. 나를 위로하는 밤, 밝은 사람은 아니라도, 순수함과 착함, 존재감이 없다는 건, 나를 알기 위한 질문, 처음 만들어 본 나의 공간, 나다울 수 있는 용기, 의미 부여 운명론, 버리기의 미덕,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다, 나의 좋았음 일기, 남는 것과 사라지는 것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시절의 내 일기장을 들춰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뜨끔했다. 죽고 싶은 건 절대 아닌데 굳이 태어나지 않았어도 좋았을 거라 생각했던 그때,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모습 등등 과거 어느 순간의 시간이 불현듯 떠오른다.

내향적인 성격을 안좋게들 생각하니 당연히 고치려고 하다가 힘은 힘대로 들고 결국에는 좌절하며 자기비하, 감정적 좌절이 이어지던 그때의 나를 보는 듯했다.

자신의 솔직한 내면의 말들을 꺼내어 풀어내니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이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가 문득 맞닥뜨린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울감에만 빠져들지 않도록 만화컷에는 유머를 잘 담아내어 웃으면서 읽도록 해준다. 핵심적으로 파악하면 좋을 메시지도 전달해주고, 글의 경중을 잘 조절해서 읽는 마음에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런데 이 책, '연연하는 마음 가뿐히 내려놓고 우리 조금 초연해집시다' 그 말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 뜻은 연연하는 마음은 가뿐히 내려놓기 힘들고, 초연해지고 싶지만 맘대로 되지는 않더라. 그런 느낌이다. 그런 속마음을 들키는 듯하다.

그래서 사실 이 책에서 마음에 쏙쏙 들어오는 문장을 적어두려고 하다가도 공개적으로 내 마음도 그렇다는 것을 알리자니 살짝 민망해져 지우고는 피식 웃었다.

역시 남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솔깃하다. 그 안에서 내 마음을 발견할 때는 더 그렇다. 저자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초연해지기를. 나도 그와 같기를 기원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