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 마땅히 불편한 말들
미켈라 무르지아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이 그다지 변화가 없는 듯하면서도 10년, 20년, 그 이상 생각해 보면 변한 부분도 많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것 말이다.

이 책의 표지에 보면 몇 가지 말들이 보인다.

그러다 결혼도 못 해, 내가 지금 설명해줄게, 여성의 적은 여성, 조용히 하세요, 말투가 틀렸어, 무슨 말을 못하겠네, 엄마는 위대하다 등등.

어떤 말은 불편하기도 하고, 어떤 말은 애매하기도 하며, 어떤 말은 예전부터 쉽게 들어온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말한다. 마땅히 불편한 말들이라고.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당신이 무례한 거라며 하나씩 짚어준다.

일상에서 숨 쉬듯이 존재하는 차별적 언어들의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그것들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미켈라 무르지아. 작가이자 정치인. 목소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소리높여 글을 쓰며, 사회 현상을 포착하여 풍자적으로 풀어낸다. 2006년 텔레마케터의 현실을 고발한 《세상을 알아야 한다》로 데뷔하였고 2008년 파올로 비르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대표작으로는 2009년 발표한 사르데냐의 전통사회를 배경으로 여성의 삶을 묘사한 소설 《아카바도라》가 있다. 이 작품으로 캄피엘로 문학상, 몬델로 문학상과 몰리넬로 문학상을 포함하여 총 6개의 상을 수상하였다. (책날개 발췌)

우리는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매일 그 실수에서 비롯된 결과와 마주한다. 신체적 폭력, 임금 격차, 젠더 의학의 부재, 가사 노동 격차, 고용 차별을 비롯한 상당히 많은 불이익이 존재한다. 언어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언어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현실을 명명하는 방법은 그 현실을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132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조용히 하세요', 2장 '여자는 이미 어디에나 있잖아', 3장 '당신 이름이 뭐라고?', 4장 '엄마는 위대하다!', 5장 '남자들이 놀라잖아', 6장 '여성의 가장 큰 적은 여성이야', 7장 '나는 남성 우월주의자가 아니에요', 8장 '당신은 불알 달린 여자예요', 9장 '내가 지금 설명할게', 10장 '칭찬한 거야'로 나뉜다.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이민경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이 아닌 먼 타국 이탈리아의 사례가 마치 내가 겪은 일마냥 낯설지 않은 것은 이런 일들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일어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이다.

이 책을 보면 차별의 문제는 이탈리아 여성에게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별 격차를 완강히 부인하던 사람들도 수치화된 명백한 증거 앞에서는 "여성은 이미 어느 분야에나 있어."라는 말을 꺼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부재를 정당화할 변명거리를 끊임없이 찾을 것이다. 다음은 그동안 익히 들어 온 애처로운 변명들이다.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몇 가지 정리했다.

여성의 수가 적다는 건 사실이야.

내용이 중요하지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여 기회를 얻는 것은 모욕적이야

그러면 성소수자 할당제, 외국인 할당제를 비롯해 별의별 할당제가 다 필요하겠네

남성에 버금 가는 권위 있는 여성은 없어

여성들이 거부하잖아!

이런 주제를 연구하는 여성은 드물어

여성들은 그럴 만한 능력이 없어

여성 할당제를 지키는 것은 엄청난 시간 낭비야

주체는 전부 여자잖아! (26~31쪽 발췌)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책에 나오는 말들이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탈리아 작가의 글이라는 점에서 일단 한번 놀란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에만 국한된 말이 아니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냥 우리나라 작가가 쓴 말이라고 해도 크게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말들을 들려주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현실에서 이 상황이 꽤나 오래가거나 오히려 후퇴할 듯해서 갑갑하기만 하다.

결과가 어떻든 일단 정확히 아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가볍고 부담 없이 접하면서 '이런 말이 이렇게 다가갈 수 있구나.', '이런 말에 이런 속뜻이 있겠구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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