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일기'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역시 나는 '그럼에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펼쳐보았으니,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작가는 '그러게 피해가지 왜 읽으셨을까' 생각할 수 있으니 부담감은 덜겠다.
이 책에는 일기, 일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과 책꽂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지만, 민요상 책꽂이, 목포행, 산보, 쿠키 일기, 고사리를 말리려고, 흔, 일기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건강하시기를.
오랫동안 이 말을 마지막 인사로 써왔다.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도 당신의 건강,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가 각자 건강해서, 또 봅시다. 언제고 어디에서든 다시. (8쪽)
첫 마디가 마음에 훅 들어온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고, 나도 그런 말을 했지만, 큰 의미를 담지 않은 그저 예의상 주고받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정말 진심으로 건강을 기원할 때 쓰기도 했는데, 이 말이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니, 곰곰 생각해 보니 또 그런 것도 같다.
황정은 에세이는 그런 느낌이 든다. 곰곰 생각해 보면 내 마음 같기도 한 그런 문장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