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이다. 정여울 작가의 글은 이미 알고 있는 잔잔하게 존재하는 무언가에 숨결을 불어넣고 폭풍우를 몰아치는 힘이 있다. 읽고 싶고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호기심을 끌어올려 준다.

월든 호수로의 초대장

오늘도 과연 내 길이 맞는가 의심하며 자신을 괴롭혔는지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너무 피곤한 하루를 보내는 우리들. 사회적 시선에 지치고 감정노동에 지친 여러분께, 나는 초대장을 내밀고 싶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월든 존'이라고. 이제부터 감정노동은 그만! 대신 지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사유의 모험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월든 존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아도 됩니다. 신발을 벗어버리고, 걱정을 벗어버리고, 슬픔도 벗어버리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산책의 시간 속으로 들어오세요. (책 속에서)

이 책에는 소로의 모든 것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떠난 저자의 소박한 월든 투어 기록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저자는 월든 호수를 직접 여행하고 월든에 대한 책을 쓴 것이다. 무려 그 열망이 싹튼 시기부터 15년의 세월이 걸려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을 덥석 수락하고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정여울. 가장 사랑하는 것은 글쓰기, 가장 어려워하는 것도 글쓰기, 그러나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것도 글쓰기인 행복한 글쟁이.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웬만한 고통은 꾹 참아내지만, 글을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심하게 절망한다. 나를 키운 팔할은 '책과 걸핏하면 사랑에 빠지는 심장'과 '성취보다는 좌절에서 오히려 의미를 찾는 습관'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서랍에 월든을 숨겨두다'와 들어가기 전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생애'를 시작으로, 1부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2부 '더 나은 삶을 위해 『월든』 속으로 걸어가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 『월든』을 읽을 때마다, 우리는 강해진다'와 작가의 말 '소로와 함께 생각의 오솔길을 걷다'로 마무리된다.

정여울의 책은 프롤로그부터 잘근잘근 야무지게 씹어가며 먹듯이 읽게 된다. 책장을 펼쳐들기 전에 무엇을 생각하든 항상 그 기대 이상의 열정을 엿보게 되었다. 이번 책도 물론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월든을 읽으면서도 월든 호수를 찾아보거나 거기에 직접 가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는데, 저자는 책상서랍 속에 월든 호수 사진을 넣어두었다니 그것부터가 남다르다. 역시 나보다 몇 배 되는 열정을 펼쳐 보여서 에너지를 건네받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오랫동안 꿈만 꾸었지 막상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있다. 월든이 바로 그런 곳이다. 상상 속의 월든이 너무 아름다워서 막상 가보면 실망할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매사추세츠 주 안에 있는 콩코드는 아름다운 도시이긴 하지만 『월든』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면 특별히 눈길을 끄는 매력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웬걸, 자세히 알아보니 콩코드야말로 '내가 꿈꾸는 모든 것들'이 오순도순 모여 있는 '이야기가 있는 도시'였다. 소로의 발자취뿐 아니라 젊은 시절 그의 정신적 지주였던 미국의 대문호 랄프 왈도 에머슨이 살았던 곳도 바로 콩코드였다. 게다가 내가 어렸을 적 가장 좋아했던 소설인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이 태어나 살았던 곳, 뿐만 아니라 그녀와 소로가 우정을 쌓아가던 곳도 바로 콩코드였다. 『주홍글씨』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도 콩코드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루이자 메이 올콧과 친분을 쌓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무려 네 명이나 배출한 꿈의 도시가 바로 콩코드였던 것이다. (49~50쪽)

이 정도면 가기 전의 장면부터 벌써 들뜨는 마음 가득하게 만든다. 여전히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도, '그래서, 그곳이 어땠는데?'라며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충분히 된다. 그리고 그 설렘까지 온전히 전해 듣는다.



중간중간 사진이 더해지니 현장감 넘치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저자의 말 하나하나에 내 마음도 실어가며 읽어나간다. 지금껏 산책을 건강을 위해 억지로 했다면, 생각을 바꾸어서 세상 풍경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유를 갖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월든'이 내가 존재하지 않는 그 어느 곳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곳을 월든으로 만들자는 것! 이 생각에 이르고 보니, 문득 두근거린다.

나는 콩코드 여행을 통해 소로가 꿈꾼 '산책자의 영혼'을 만날 수 있었다. 산책자의 영혼은 밥 먹은 것을 소화시키기 위해 걷는 목적의식 가득한 걷기가 아니다. 세상의 풍경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유. 세상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우리의 갇힌 마음을 실컷 뛰놀게 하는 자유로운 한 걸음 한 걸음을 꿈꾼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아름다운 월든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내 마음을 돌보고, 자연을 아끼고, 내 주변의 모든 환경을 소중히 가꾸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84쪽)





정여울 작가의 글은 언제나 읽는 자의 편에서 등불을 들고 걸어가는 것 같다. 말하는 자신보다는 듣는 당신 편이 환하도록. 찾아오는 이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줄 것만 같은 초대. 그 빈자리에 찾아드는 것은 영혼의 눈부심밖에 없으리라. 이 책은 월든 숲으로 가는 사뿐한 계단이다. 한 계단만 오르면 우리가 축복받는 존재임을 깨닫는 삶의 여정이 환하게 펼쳐질 것이다. 믿음직한 안내자 정여울과 함께 숲으로 들어가 우리 삶을 되찾자.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당신을 판단하려는 모든 권력에 맞서 싸우자. 산책으로, 월든으로, 내 마음의 평화로!

_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

저자의 글은 타자의 것을 나의 내면으로 끌어오는 힘이 있다. 이 책을 펼쳐들 때만 해도 '소로가 월든 오두막을 짓고 월든 호숫가를 산책하며 지냈다고 했지'라며 남 이야기하듯 생각하고 읽어나갔는데, 어느덧 내 주위를 둘러보고 나만의 월든을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더 이상 월든은 타인의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마냥 부러워하기 전에 내 방식대로 나의 속도에 맞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나를 그렇게 나만의 방법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생각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내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빛날 수 있는 소박한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천천히 읽으며 마음에 담아보기를 권한다. 나 자신을 찾는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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