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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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크라테스에서 뇌과학까지 삶의 의미를 찾는 철학 여행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이다. 철학에 대한 책을 챙겨읽고자 하던 차에,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프레히트는 이 책에서 칸트가 철학의 중심적인 문제로 보았던 세 가지 문제,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를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인식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 윤리에 관한 것이며, 세 번째 질문은 종교에 관한 것이다. 프레히트는 서양의 철학사는 물론이고 현대의 뇌과학, 정신분석학, 생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이런 물음에 대하여 명료하면서도 흥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_박찬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철학자. 저널리스트이며 작가이다. 현재 뤼네부르크 대학교,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 대학의 철학, 미학과 초빙교수이며 독일의 주요 신문사와 방송국에서 언론인, 철학자로 활약하고 있다. 2007년 처음 출간한 본 책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가 1백만 부 판매,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잡았다. (책날개 발췌)

물음을 던지는 것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우리의 소중한 능력이다. 충족된 삶의 비밀은 배우고 즐기는 데 있다. 배우기만 하고 즐길 줄 모르는 삶은 슬퍼지고, 즐기기만 하고 배울 줄 모르는 삶은 어리석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훈련해 주는 것에 성공한다면 이미 목적은 달성한 셈이다. (17쪽)

이 책은 총 3부 34장으로 구성된다. 1부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2부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3부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로 나뉜다. 인간의 인식은 어떻게 동물과 다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내가 아는가?, 도덕은 뇌 속에 존재하는가?, 선한 것은 보답을 받는가?, 우리는 동물을 먹어도 될까?,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할까?,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인생은 의미가 있는가?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들려주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이 나온 일화를 보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날따라 친구와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너 괜찮은 거니?"라고 묻자, 친구가 대답했다는 것이다. "뭐라고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그럼 당연하지! 내가 아는 내가 누구인지 그게 궁금한 거야?" (이렇게 술 취한 듯한 대답이 이 책의 원제목이다.)(18쪽)

그래도 철학책인데 무언가 심오한 것을 기대해서였을까. '굳이 이런 말은 하지 말지' 싶었다. 머리말이 아니라 뒤쪽에 감사의 말로 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진지하게 천천히 깊이 읽을 것이 아니라, 일단 속도를 내어 읽어보자. 걸어가지 말고 자전거를 타보자고 하면 될까. 눈앞에 보다 많은 풍경이 펼쳐질수록 감탄이 더 커지는 그런 느낌이다.

그동안 '철학서'하면 들어본 적 있는 철학자들이 가득한 책을 보아왔고 그런 책들을 예상해서 그런지, 이 책에서는 저자의 이야기부터 철학사는 물론 현대의 뇌과학, 정신분석학, 생물학 등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쳐서 저자의 박식함에 감탄하며 읽어나갔다.

이 책은 뒤로 갈수록 풍성해진다. 철학 서적이라는 데에서 오는 선입견이 걷히고 '여기에 뇌과학, 생물학이?'라는 생각조차 잊으며 자연스레 섞일 무렵,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게 내 마음을 휘감는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말로 알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들은 영국의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선이었다. 그들은 그룹 이름과 동일한 제목의 영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게 삶의 의미라 이거지요. 그거 뭐 정말 별것 아닙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굴고요, 기름진 음식은 피하세요. 가끔은 좋은 책을 읽고, 누군가 찾아오면 좋겠지요. 모든 종족이나 국가가 화목하게 조화를 이루며 살도록 마음속으로 빌어도 보고요."

그런데 여러분이 나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늘 호기심을 잃지 마시고, 머릿속의 좋은 생각을 실천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나날을 삶의 기쁨으로 가득 채우시기 바랍니다."(455쪽)



이 책의 역자 후기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번역을 하는 내내 충격의 연속이었고 형언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철학뿐만 아니라, 심리학, 뇌신경학, 심지어 대중예술까지 전방위적으로 종횡무진하면서도 중심축은 언제나 "자기자신", 즉 "나란 누구인가?"라는 물음이다. 그렇지만 이때의 물음은 인식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전적인 질문이 아니라, 아카데미라는 울타리 철학을 넘어선 뇌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다루어지는 질문이자 테마다. 그래서 철학은 오히려 뇌 연구를 돕는 상담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457쪽)

그저 누구는 어떤 철학을 말했다는 책이 아니라, 저자의 견해를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녹여내어 들려주니 이 책만의 개성이 느껴진다. 지금껏 본 적 없는 개성 있는 철학서적이며, 독일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리고 4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된 베스트셀러라는 점에서도 흥미를 자아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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