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송길영 지음 / 북스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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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다. 보통 '일단 해라', '시작이 반이다' 등등 먼저 실천하라는 말만 듣다가 "그냥 하지 말라 Don' just do it!"이라고 말하니 그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최고의 데이터 분석가 송길영이 바라본 10년의 변화상, 10년의 미래상이 궁금해서 이 책 『그냥 하지 말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송길영. 현재 (주)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 부사장이며,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 및 한국BI데이터마이닝학회 부회장이다. 또한 오피니언 마이닝 워킹그룹을 개설하여 기업에서 데이터 마이닝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이끌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이 담겨 있는 소셜 빅데이터에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2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책날개 발췌)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개인들의 욕망의 합이 곧 미래에 벌어질 일들의 인풋임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바라건대, 욕망하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애초에 멈출 수도 없습니다. 욕망이란 나의 존재가 좀 더 안정되게 유지되길 바라는 소박한 마음에서, 내가 소멸한 후에도 나의 존재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본능에서, 나의 자아가 같은 종의 다른 개체들에게 존중받고 영향력을 가지길 바라는 무한한 욕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니까요. 우린 결코 욕망하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욕망하고, 원하는 것을 시도하십시오. 지금 시작하면, 여러분에게도 일어날 일은 일어날 것입니다. (16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우리는 미래를 보았었다'를 시작으로, 1장 '기시감: 당겨진 미래', 2장 '변화: 가치관의 액상화', 3장 '적응: 생각의 현행화', 4장 '성장: 삶의 주도권을 꿈꾸다'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10년 후, 다시 부끄럽기를'로 마무리된다.

데이터로 바라보는 우리 삶의 과거와 현재가 흥미로워 저절로 시선을 집중하게 된다. 과거에 '개 좋아하세요?' 하는 문장은 어떤 분들에겐 점심 메뉴를 묻는 표현으로도 쓰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물어본다면 상대방의 공감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를 보며 정말 시대가 바뀌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1~2월, 3~4월, 5~6월의 세 기간을 비교했을 때 의미의 변화가 유독 컸던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파김치'와 '고3', '혼자'라는 키워드인데, 그 이야기가 흥미롭다.

먼저 1~2월의 파김치는 음식이었지만 3월 이후의 파김치는 엄마였다고. '고3'에는 고민과 불안이, '혼자'라는 키워드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는데, 지금 우리의 삶을 키워드로 바라보며 현재 우리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게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이 표출되었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코로나19가 일으킨 삶의 변화를 돌아봄으로써 알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변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이 이번에 격정적으로 노출됐을 뿐이었습니다. (52쪽)



제가 미래학자도 아니고 점성술을 아는 것도 아니면서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날 일이었다고 말하고, 나아가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운명론을 설파하듯 단언할 수 있는 것은 1차적으로는 데이터 덕분입니다. 20년 가까이 한국사회를 관찰하며 분석한 자료가 기록으로 남아 있기에 변천을 바라볼 수 있었던 거죠. 언제부터 어떤 변화가 시작되었는지 구체적인 시점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79쪽)

미래학자나 점성술이 아니어서 더 솔깃했다고 할까. 모든 것은 다 기록으로 남아있고, 기록된 그 자료를 근거로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라고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으니 데이터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해주니 이 또한 의미 있는 시간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하고 싶은 얘기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하면 소진됩니다. …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돼요.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까요.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83~84쪽)



망설이지 말고 일단 하라는 것 또한 나의 편견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저자는 말한다.

쉽지 않은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일단 도전!'하는 식으로 그냥 하지 말고, 세상의 변화에 내 몸을 맞추는 과정을 성실하게 치러내시길 바랍니다. 성실은 의미를 밝히고 끈기 있게 헌신하는 것입니다. 근면은 생각이 배제된 성실함이고요. 앞으로의 시대는 생각 없는 근면이 아닌 궁리하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그냥 하지 말라 Don't Just Do it'고 말씀 드리는 이유입니다. (281쪽)

근면, 성실에 대해 의미를 보충해서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풀어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니, '아, 그땐 그랬구나', '지금 이렇게 달라졌네' 등등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며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잊고 있던 우리의 모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해주는 부분이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으며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보니 '사람들의 마음을 캐는 광부, 송길영'이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고 상당히 부합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고의 데이터 분석가 송길영이 바라본 과거와 현재, 미래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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