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읽을까 말까 고민 끝에 읽어보기로 했다. 왜 고민을 했냐면 너무 실감 나서 벌벌 떨게 될 것 같아서였다. 햄버거와 얽힌 학원괴담, 한국에서 노동을 하는 뱀파이어, 특히 '살인 청소로봇'이 무언가 무서울 듯해서 '안 볼란다' 했다.
나는 왜 이런 게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출시한 지 불과 30년 만에 청소로봇이 주인을 살해하고 시민임을 자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언론사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살인사건에 초점을 두는 반면 데일리K의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소로봇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다. R은 그 점이 맘에 들었다. 청소로봇 대신 시민 R로 불리길 바라지만 R은 자신이 청소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_「시민 R」
하지만 세상은 밝고 환하고 동화 같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가끔은 학원괴담, 뱀파이어, 느와르, 외계인, 무협, 오컬트, 로봇살인 같은 것도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쪽 눈 감고 보는 것도 나름 스릴 있고 좋다.
어쩌면 나를 뒤흔들고 말 문학작품을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몇 날 며칠을 나를 끈질기게 설득하였고, 결국은 이 책 『펄프픽션』을 읽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