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 책은 김태완이 엮었다. 김태완은 호흡이 긴 글을 쓰는 기자가 되었다.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박남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암과의 투병 중 어느 날 한 기자가 저를 찾아와 이병철 회장이 죽음에 대면했을 때 신부님들에게 종교와 신과 죽음에 대해서 스물네 가지 질문을 했다는 말을 저에게 전했습니다. 그에 대해서 신부님과 다른 입장에서, 오늘 똑같이 죽음에 당면해 병마와 싸우고 계신 이 선생님의 입장에서 답변해주실 수 있을는지요, 하고 물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자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제 입술에는 엷은 미소가 스쳤습니다. (9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2021년 12월', 2장 '2019년 7월~10월', 3장 '2021년 5월: 코로나 팬데믹과 예수님의 얼굴', 4장 '스물네 개의 질문을 마치고'로 이어지며, 엮은이의 말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기자와 이어령의 대화로 구성된다. 기자가 내용을 정리하고 엮은 것이다. 기자가 어떻게 그 만남을 이루고 대화를 나눴는지 들려주며, 대화형식으로 구성되어 현장감 있게 그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자는 지난 4월부터 이 선생을 괴롭혔다. 1987년 10월 초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1910~1987) 회장이 천주교 정의채 몬시뇰에게 전한 스물네 가지 신과 죽음에 관한 질문에 답해줄 것을 요청했다. 허락은 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미뤄졌다. 인터뷰 날짜를 하루 앞두고 무산된 적도 있었다. 기자는 가끔 죽음을 앞둔 이 회장이 목말라했던 영혼의 갈증을 떠올려보았다. 이 선생이 언젠가는 조물주의 현현하심을 밀교의 형식이 아닌 약초의 언어로 우물을 파주리라 믿었다. 결국 지난 7월 10일 서울 평창동 그의 자택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그는 암 투병 중이다. 그러나 쉬지 않고 새로운 문명의 키워드를 찾고 패러다임을 예언하기 위해 지금도 마르지 않는 창조의 우물을 파고 있다. (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