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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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이름을 보고 읽어보기로 했다. 불과 얼마 전,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인터뷰를 담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보았는데, 또다시 이어령의 신간이 나와서 반가운 생각에 읽어보았다. 아마 출판사 책소개를 읽고 나면 이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삼성 고 이병철 회장은 죽음과 대면했을 때, 가톨릭 신부님에게 종교와 신과 죽음에 대한 스물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2021년 지독한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한국의 대표 지성 이어령이 그 스물네 가지 질문에 대해 신부님과 다른 입장에서 답한다.

비유, 스토리텔링, 상상력, 추리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멘토 이어령의 답은 지금 혼돈의 포스트 코로나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분명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앞으로 출간될, 총 20권에 이르는 방대한 시리즈 『이어령 대화록』의 제1권이다. (책소개 중에서)

이 책은 '시대의 지성,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라는 책이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기대하며 이 책 『메멘토 모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이어령은 1934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석좌교수, 동아시아 문화도시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여러 신문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으로 편집을 이끌었다. 서울올림픽 개폐회식을 주관했으며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2021년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되어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이 책은 김태완이 엮었다. 김태완은 호흡이 긴 글을 쓰는 기자가 되었다.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박남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책날개 발췌)

암과의 투병 중 어느 날 한 기자가 저를 찾아와 이병철 회장이 죽음에 대면했을 때 신부님들에게 종교와 신과 죽음에 대해서 스물네 가지 질문을 했다는 말을 저에게 전했습니다. 그에 대해서 신부님과 다른 입장에서, 오늘 똑같이 죽음에 당면해 병마와 싸우고 계신 이 선생님의 입장에서 답변해주실 수 있을는지요, 하고 물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자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제 입술에는 엷은 미소가 스쳤습니다. (9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2021년 12월', 2장 '2019년 7월~10월', 3장 '2021년 5월: 코로나 팬데믹과 예수님의 얼굴', 4장 '스물네 개의 질문을 마치고'로 이어지며, 엮은이의 말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기자와 이어령의 대화로 구성된다. 기자가 내용을 정리하고 엮은 것이다. 기자가 어떻게 그 만남을 이루고 대화를 나눴는지 들려주며, 대화형식으로 구성되어 현장감 있게 그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자는 지난 4월부터 이 선생을 괴롭혔다. 1987년 10월 초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1910~1987) 회장이 천주교 정의채 몬시뇰에게 전한 스물네 가지 신과 죽음에 관한 질문에 답해줄 것을 요청했다. 허락은 하였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여러 차례 미뤄졌다. 인터뷰 날짜를 하루 앞두고 무산된 적도 있었다. 기자는 가끔 죽음을 앞둔 이 회장이 목말라했던 영혼의 갈증을 떠올려보았다. 이 선생이 언젠가는 조물주의 현현하심을 밀교의 형식이 아닌 약초의 언어로 우물을 파주리라 믿었다. 결국 지난 7월 10일 서울 평창동 그의 자택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그는 암 투병 중이다. 그러나 쉬지 않고 새로운 문명의 키워드를 찾고 패러다임을 예언하기 위해 지금도 마르지 않는 창조의 우물을 파고 있다. (67쪽)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더해, '이어령 선생이 말하는 코로나의 역설, 죽음의 역설'도 들려준다.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면 코로나 팬데믹 또한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니, 거기에 대한 고찰까지 알차게 살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안에 갇혀 있다고 여긴 사자와 호랑이, 즉 죽음이 길거리로 뛰어나온 거지. 죽음의 공포, 굶주린 맹수의 습격을 한두 사람이 아니라 온 마을, 온 도시, 온 인류가 깨닫기 시작한 거야.

생각해보세요. 으르렁대는 호랑이는 무섭기는 하나 우리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놈이, 그 끔찍한 공포가 거리로 뛰쳐나온 겁니다. 두려움에 바들바들 떠는 사람이 타인이 아닌 코로나19를 겪는 우리 자신입니다. (190쪽)



선생은 이런 말도 했다.

"사람들이 자꾸 지옥이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지옥이지 무슨 지옥이 따로 있겠어요?"

지옥 같은 현실을 딛고 서 있는 '나'와 '우리'의 생이 바로 기적이라는 말이었다. (217쪽)

이 말이 인상적이고 자꾸 맴돌아서 기록에 남긴다.

이 책은 이야기보따리를 펼쳐 보이는 듯해서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옛날이야기도 섞어가며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특히 종교 이야기도 무조건적이지 않고 눈높이에 맞게 인문학적으로 펼쳐나가니 오히려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어쩌면 이어령 선생이기에 가능한 표현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펼쳐들면 방대하고 넓고 깊은 지식의 세계에 초대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나갔다. 故 이병철 회장이 죽기 전에 질문한 24가지의 질문에 대한 이어령 선생의 답변과 코로나시대의 죽음의 역설까지 알차게 담아낸 책이다.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이니 이 책을 읽고 신과 인간과 코로나팬데믹에 관해 생각에 잠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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