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 도슨트 -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장인용 지음 / 다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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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을 보자마자 신이 나서 1번으로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양화 도슨트'라는 제목만으로도 느낌이 팍 오니 말이다.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서 옛 그림을 볼 때 "우와~ 복숭아다! 흠, 물고기네.' 그런 식으로만 볼 게 아니라, 그 안에 다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림마다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동양화의 세계를 말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동양화 도슨트』이다. 동양화의 장르별 역사와 특징,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듣는 듯한 흐름, 용어 사전 역사 상식으로 손에 잡히는 개념, 100여 점의 그림으로 감상하는 동양화의 정수를 이 책으로 만나본다.



이 책의 저자는 장인용. 성균관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대학교 역사연구소에서 중국미술사를 공부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에 다닐 때부터 출판 일을 시작했으며, 그곳에서 해외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 도록을 여러 권 만들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 '동양화: 우리의 그림, 낯설고 신비로운 세계', 2장 '인물화: 실용적인 그림, 계급과 지위를 드러내다', 3장 '화조화: 감상하는 그림, 예술의 경지에 들어서다', 4장 '산수화: 압도하는 그림, 동양화의 정점에 오르다', 5장 '문인화: 영혼이 그린 그림, 점과 선은 정신이다', 6장 '사군자: 교양이 흐르는 그림, 품격이 먼저다', 7장 '풍속화: 평범하되 비범한 그림, 파격의 눈으로 세상을 꿰뚫다', 8장 '민화: 만인이 즐긴 그림, 가장 한국적인 것이 흐른다'로 나뉜다.

세계를 동양과 서양으로 나눌 때, 우리는 드넓은 아시아 대륙 전체를 동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림에서 '동양화'라고 할 때는 범위가 좋아집니다. 고작해야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가 속하는 지역의 그림을 뜻합니다. 세 나라가 같은 도구와 같은 재료로, 같은 스타일의 그림을 그렸고 여기에 동양화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도나 페르시아, 아랍의 그림은 동양화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21쪽)

이 책을 읽으며 먼저 그림 감상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화에 대한 기본 중의 기본부터 파악하고 시작한다. 동양화와 서양화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 즉 화구에 따라 구분한다(22쪽)고 하며, 그림을 그리는 시각에서 차이가 난다(23쪽)고 한다 등등 기본적인 지식부터 점검해 본다.



이 책에서는 한국화뿐만 아니라 동양화 전반에서 굵직굵직한 특징을 잘 잡아내어 핵심적으로 들려주니, 눈에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쉽도록 중요한 사항은 형광펜으로 표시해주고, 배경지식으로 알아야 할 사항은 따로 박스 안에 작은 글씨로 표시해주니 하나씩 익혀가며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잘 몰라도 하나씩 접하며 익힐 수 있도록, 혹시 어려울까봐 겁나더라도 일단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명나라 문인화의 대가인 심주(1427~1509)를 통해 되살아난 수묵의 화조화는 자연에서 마주하는 동식물을 묘사하는 한 장르가 되어 이어집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꽃, 포도, 석류, 물고기, 게, 새우와 온갖 가축이 그림의 세계로 들어옵니다. 무엇보다 이 화조화의 소재들은 단순히 그림의 대상이 아니라, 화가의 마음을 투영하기 시작합니다. 울분과 괴로움이 그리는 대상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지요. 자랑하고 싶은 점이 석류나 포도 같은 먹음직한 열매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루지 못한 꿈은 황폐한 자연에 빗대어 어지러운 붓질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101쪽)

누군가 짚어줘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특히 나의 경우, 미술에 대해서는 그렇다. 그냥 바라만 볼 때는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으나, 설명을 듣고 나면 바로 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하나씩 알아가는 점이 있어서 더욱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각 장의 끝에는 '아는 만큼 보이는 동양화'가 담겨 있다. 동양화의 다양한 형식, 동양화의 선과 채색, 화조화의 소재들, 산수화의 시점과 표현들, 문인화 속의 글과 시 낙관, 먹을 쓰는 여러 가지 방법, 동양화의 제목은 누가 어떻게 붙일까, 그림의 소재가 상징하는 것들 등 본문의 연장선상에서 알아두면 좋을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동양화는 서양화처럼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내는 대신, 안으로 내밀한 즐거움을 나눕니다. 또한 식물이나 동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산이나 강과 같은 대자연을 향한 갈망과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면에서는 서구의 시각과는 다른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아마 그것이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벗어나 앞으로 우리가 새로이 추구해야 할 관점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동양화에 이러한 즐거움이 있다는 걸 알려 주기 위해 쓴 것입니다. 처음부터 지레 겁 먹지 않도록 한자로 된 그림 제목은 모두 한글로 번역했고, 용어도 쉽게 풀이해서 넣었습니다. 그림에 들어가는 한문 구절도 모두 한글로 번역했습니다. 작은 재미라도 느껴서 한 걸음씩 더 나아가면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동양화의 아름다운 세계를 여러분의 품 안에 넣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327쪽)

아마, '미술' 하면 서양미술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나도 미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서양미술에 관한 책부터 훑어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동양미술, 우리 미술에도 호기심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그 시작점에서 이 책과 함께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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