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저자는 쉽고 재미있게 인간 진화를 한 권으로 훑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언뜻 지루하고 어려울 수도 있는 이론이라도 실질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바로 '아!'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을 하나 예로 들어보아야겠다.
그럼 인간은 어쩌다 불을 잘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언뜻 똑똑해서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 무언가를 쥘 수 있는 손이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개나 고양이가 불을 가지고 다니는 걸 상상해 보세요. 네발로 걷는 짐승이니 사용할 수 있는 건 꼬리뿐입니다. 하지만 꼬리는 눈의 반대쪽에 있어서 쉽게 가지고 다니기가 어렵지요. 결국 앞발이 손이 되어 무언가를 쥘 수 있는 경우가 불을 사용하기 좋은 조건이 되는 거지요. (38쪽)
인간의 진화 역사를 과거부터 현재로 거슬러 올라가며 설명해주니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으로 읽어나갔다. 그러면서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며 지식을 채워나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큰 틀에서 알아두면 좋을 지식을 채워나가고, 흥미로운 이야기도 곁들여서 '오~ 그렇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읽을 수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미각세포의 이야기도 파리나 물고기들의 경우에는 혀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파리가 음식 위에 앉아 앞다리를 비비는 모습을 직접은 아니더라도 다양한 영상을 통해 본적이 있을 겁니다. 이 모습은 파리가 음식을 먹기 전 다리에 묻은 먼지를 터는 것이 아니라 이 음식이 먹을 만한지 아닌지 맛을 보는 장면입니다. (199쪽)
인간과 포유류는 대부분 혀를 통해 맛을 느끼지만, 다른 동물로 범위를 확대하면 파리 다리에 미각세포가 있는 것처럼, 물 바닥에 사는 물고기들은 변형된 앞가슴 지느러미에 미각세포를 가지고 있어, 이를 통해 바닥의 먹이를 알아낸다(199쪽)는 사실.
진화는 정말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제가 약 8년 정도 사이 네 권의 책을 썼고 이제 막 다섯 번째 책을 펴냈지만 아직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38억년에 이르는 지구 생명의 진화과정을 책 몇 권으로 모두 풀어낼 수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276쪽)
저자에게 풀어낼 이야기가 가득하니 독자의 입장에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직 이야기가 많이 있다니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제목에서도 시선을 끌어들이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장에 부록으로 '지구생물 연대표'를 실어주니, 한 장으로 지구 역사를 살펴보는 것까지 알차게 읽어나간 책이다. 재미와 학습 모두 잘 챙겨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