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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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그의 이름만으로 선택해서 읽어보았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보다 그 소설 속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내가 더 좋아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을 읽다가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나오는 부분에서 반가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것만 모아서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그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개미』, 『뇌』, 『나무』, 『신』, 『제3인류』……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매혹적인 스토리로 독자를 사로잡아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도대체 그 마르지 않는 창작의 원천은 무엇일까?

베르베르는 열네 살 때부터 혼자만의 비밀 노트에 스스로 떠올린 영감, 상상력을 촉발하는 이야기, 발상과 관점을 뒤집는 사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해석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거기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저명한 과학자들과 접촉한 경험이 더해지고, 영적·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탐구의 세월이 반영되면서 그 노트는 독특한 <백과사전>으로 자라났다.

이제 사전을 펼쳐라. 과학, 역사, 문학, 신화, 연금술, 처세와 게임까지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항목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총 542항목, 삽화와 함께하는 새로운 상상력 사전이라고 하여, 베르나르 베르베르 창착의 원천인 이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읽어보게 되었다.



백과사전을 구성하는 일은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연상시킵니다. 꽃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골라서 자르고 다듬어 어울리게 섞는 게 플로리스트의 일이죠.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도 제가 지어낸 게 아니라 듣고 보거나 읽으면서 신기하고 놀랍게 느낀 것들입니다. 열세 살 때부터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수백 개가 되었습니다. 이 특이한 이야기들 대부분은 전통적인 지식 습득 경로(학교 공부나 신문, TV, 일상 대화) 밖에서 누구한테 들은 것입니다.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랄> 이야기가 있다면서 들려주면 다시 누구한테 물어보거나 자료를 읽어 확인한 뒤 하나씩 기록해 두었죠. 저한테는 일종의 <병행 지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수집하다 보니 잊어버릴지 모른다는 강박증이 생겼습니다. 저는 절대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철저히 수집가의 자세로 임하기로 마음먹었죠. 기발한 농담이나 마술을 외워 두었다가 나중에 써먹듯이 이 이야기들도 제대로 수집해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번 신판에서는 최근 책부터 시작해 지난 책들로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을 택해 첫 머리에 『죽음』의 백과사전을, 말미에 『개미』의 백과사전을 배치했다고 한다. 안 그래도 이미 읽은 소설을 다시 읽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신기했던 이야기만 쏙 빼서 읽는 것이니 더욱 흥미로운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죽음', 2장 '땅울림', 3장 '초소형 인간', 4장 '제3인류', 5장 '신들의 신비', 6장 '신들의 숨결', 7장 '우리는 신', 8장 '천사들의 제국', 9장 '개미 혁명', 10장 '개미의 날', 11장 '개미', 12장 '기타'로 나뉜다. '도판 출처'와 '항목 찾아보기'가 수록되어 있다.



백과사전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어느 곳이든 원하는 부분을 펼쳐들어 읽어보아도 좋겠다. 슬슬 책장을 넘기다 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먼저 읽어도 되겠다.

세상에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처럼 신기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 책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모아놓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꽤나 방대해서 700장이 넘어가니 제법 두툼한 책으로 탄생했다.

책상 위에 두고 문득 펼쳐들어 궁금한 부분을 읽어나가면 좋겠다. 그야말로 백과사전처럼 다루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 워낙 신기한 이야기를 많이 보게 되어서 점점 파고들어 읽게 되었다. 별별 일이 많이 있고 새로 알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한번 펼쳐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하도 인상적인 것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아쉽지만 딱 한 가지만 언급해 보아야겠다.

특히 인상적인 것을 꼽아보자면 '쥐 세계의 계급 제도'였다. 쥐들의 세계에서도 계급이 나뉘어 피착취형, 착취형, 독립형, 천덕꾸러기형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개체수가 증가할수록 천덕꾸러기형의 쥐들에 대한 학대가 가혹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실험의 연장선에서 쥐들의 뇌를 해부해보았더니,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쥐는 천덕꾸러기나 피착취형 쥐들이 아니라 바로 착취형 쥐들이었다고 한다. 착취자들은 특권적인 지위를 잃고 노역에 종사해야 하는 날이 올까 봐 전전긍긍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며 이야기를 마친다.



제법 두꺼운 이야기보따리 같은 책이다. 보통 소설가들은 소설 한 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수많은 작업노트를 활용한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업노트를 들여다본다고 생각해도 좋겠다.

방대한 지식을 한꺼번에 바라볼 수 있어서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재미도 있고 지식도 채울 수 있으니, 특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창의력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방대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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