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의 역사 - 음식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윌리엄 시트웰 지음, 문희경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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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만 보고 상상하던 것과 실제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 기대 이상이라는 말이다. 그냥 단순히 외식의 역사를 짚어본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펼쳐 드니 '이건 훨씬 넓고 깊구나!'라고 직감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 책 속의 생생한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아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했다. 그리고 서문을 읽던 중 이미 이 책에 매료되고 말았다. 궁금하고 또 궁금해서 일단 집어 들면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외식에 관한 책은 지금껏 따로 못 보았으니 말이다.

'당신이 어디서 먹는지 말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역사학자 존버넷의 말이다(사실은 그의 조상인 장 앙텔름 브리아 샤바랭의 말을 편집한 말이다)좋아하는 레스토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가 열광하는 레스토랑의 유형에 따라 우리의 품격이 드러나므로 대화가 생각보다 복잡미묘해질 수 있다. (10쪽)

천재적 음식 학자의 도발적인 외식사 해석. 폼페이부터 회전초밥, 미슐랭 식당의 부엌까지 헤집어 벌거벗은 서양 외식의 현장들이 펼쳐진다. 글 쓰는 사람들을 질투하게 만드는 역사적 식탁의 정교한 재구성, 시니컬한 유머, 당연하지만 음식에 대한 뛰어난 지식, 심지어 잘난 척하거나 유능한 셰프들까지 등장시킨 후반부의 '레스토랑 당대사' 부분까지 시종 책값을 한다. 어디서도 이런 글이 제대로 묶여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맛있는 코스 요리처럼 디저트까지 금세 도착한다. 팁을 두둑하게 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_박찬일(셰프·음식 칼럼니스트)

음식과 레스토랑에 관한 특별하고도 맛있는 인문교양서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더해서 이 책 『외식의 역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윌리엄 시트웰.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 작가이며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레스토랑 평론가이자 작가 겸 해설자다. BBC의 인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에 몇 년째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또한 '윌리엄 시트웰의 만찬 모임'으로 영국 각지에서 훌륭한 음식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책속에서)

이 책은 총 18장으로 구성된다. 1장 '폼페이의 5번가', 2장 '제국의 위대함이 깃든 요리', 3장 '30년간 40개국의 음식을 먹다', 4장 '식탁보의 등장', 5장 '커피하우스에 붙은 호소문', 6장 '단두대가 낳은 고급 식당', 7장 '산업혁명이 불러온 음식의 풍경', 8장 '프랑스 요리를 중세에서 현대로 가져오다', 9장 '클럽의 탄생과 독보적인 주방', 10장 '봄베이의 레스토랑', 11장 '글렌 벨의 타코', 12장 '세계 최악의 음식을 파는 나라', 13장 '초밥 컨베이어벨트, 그리고노! 스시', 14장 '르가브로슈, 런던에 문을 열다', 15장 '요리로 정치를 말하다', 16장 '요리의 장르가 뒤섞이다', 17장 '미슐랭 별, 그리고 셰프의 죽음', 18장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로 나뉜다.



첫 장을 넘기자마자 '연대표로 보는 외식의 역사'부터 시선을 끌어당긴다. 눈에 들어오는 것 몇 가지만 살펴보아야겠다. 먼저 AD 79년에는 로마 제국 최고의 도시 폼페이에서 번창하던 레스토랑과 여관, 술집 등이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사라졌다. 1410년에 식탁보를 펼치는 음식점이 성행했으며, 1577년 영국의 선술집이 2만 4,000개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1834년에는 최초의 현대 요리사인 마리 앙투안 카렘이 사망했으며, 1940년에는 맥도날드를 개업했다. 초밥 컨베이어벨트는 1958년에 생겼고, 뉴욕 최초의 초밥집이 1972년에 생겼다.

여기에서 살펴본 굵직굵직한 역사를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짚어보게 된다. 흑백영화에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하면 될까. 그냥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 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눈앞에 펼쳐지도록 내 머릿속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저절로 집중하게 된다. 하나의 그림이 되고,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며, 외식의 역사라는 제목에 내용을 채워 넣는다.



첫 시작은 '폼페이의 5번가'이다. '고대 폼페이에서 발견된 한 여관은 폼페이가 세련된 호텔과 술집과 레스토랑을 갖춘 도시였음을 드러내 보인다.(14쪽)'라는 무미건조한 한 줄의 역사를 이렇게도 생생하게 표현해 내다니! 폼페이 베수비오 산이 폭발한 날의 상황을 표현하며 시작한다. 베수비오 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가 황당무계했다며, 그로부터 7년 전에 심각한 지진이 발생했지만 베수비오 산은 1,500년 동안 한 번도 분출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보며 남 이야기 같지 않은 생각을 하며 바로 몰입했다.

식탁보의 등장은 또 어떤가. 지금껏 식탁보를 사용하거나 식탁보를 사용한 음식점에 가면서도 '이 식탁보는 언제부터 깔게 되었지?'라는 의문을 전혀 갖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에 하나하나 함께 생각해 보면서 읽어나갔다.

이제껏 우리는 즐겁게 역사를 돌아보면서 피자의 기원을 알아보고 음식을 나눠 먹는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이 누구였을지 짐작해 보고 '접대'라는 말의 본질을 고찰했다. 이제 잠시 멈추어 이런 질문도 던져보자. 레스토랑에서 식탁보를 덮기 시작한 때는 언제였을까? 외식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에서 이 질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식탁보는 문화와 문명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54쪽)

무엇을 언급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가는 역사적 사실이 많다. 그냥 일반적인 역사 말고 '외식'이라는 면에서 역사를 살펴볼 테마를 잡았다는 것이 특별하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도서 및 인용문이 담긴 참고문헌, 웹사이트, 본문 이미지 저작권, 찾아보기 등의 자료가 꼼꼼하게 담겨 있다. 학술적인 자료로 읽고 인용하며 독서의 영역을 넓히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 작가이자 레스토랑 평론가이자 BBC의 유명 요리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의 독설가로도 유명한 저자는 오늘날 런던의 거리를 걷다가 만나는 다채로운 외식 문화의 뿌리를 찾아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폼페이의 세련된 식당 풍경에서 출발하여 여럿이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오스만 제국의 식사 문화를 거치고 정치 토론과 시시한 잡담이 오가던 커피하우스, 귀족 저택의 식당이 거리로 나온 프랑스 혁명 시대의 레스토랑, 영국의 음식 암흑기의 살풍경한 식당, 그리고 인도 요리, 타코기계, 초밥 컨베이어벨트, 반전 정신과 히피 문화가 담긴 정치색 짙은 요리, 지구 환경을 고민하는 채식주의, 요리를 쇼나 예술로 승화시킨 실험적인 레스토랑과 '분자요리',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네모난 프레임에 들어가도록 사진발 잘 받게 만든 요리에 이르기까지 요리 역사의 중요한 장면을 훑어 내려오는 사이, 외식 문화가 그저 집을 떠나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행위에서 미술, 음악, 연극, 영화와 견줄 만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과정이 펼쳐진다. (288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영국인이 쓴 외식 문화와 레스토랑의 사회문화적 변천사는 물론 그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겠지만, 이 또한 모든 내용을 한 권에 다 넣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 정도로도 알차게 정리되고 담겼다고 생각한다.

외식에 대한 역사를 다루면서도 쉽고 재미나게 풀어내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접근성이 뛰어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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