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
오하라 헨리 지음, 안민희 옮김 / 북노마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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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라니,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인생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우리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것뿐이죠. 괜찮지 않나요? 나는 그저 '인생이 이렇게 힘든 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책날개 중에서)

이런 생각이라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었다.

이 책 『가급적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돈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생각과 생활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오하라 헨리. 아이치현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도쿄에서 칩거 생활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면서 홀로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틈틈이 저축도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등을 썼다. (책날개 중에서)

안녕하세요, 오하라 헨리라고 합니다. 저는 스물다섯 살부터 약 6년 동안 도쿄 교외에 있는 작은 연립주택에서 은거 생활을 했습니다. 은거 생활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옛날이야기에 등장할 법한 속세를 떠난 사람의 생활과는 다릅니다. 제 경우로 말하자면, 사회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기본적으로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며 연 수입은 백만 엔 이하로 사는 생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IT나 주식과 관련된 특수한 능력이 있지는 않지만, 부모와 나라의 지원 없이도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왔습니다.

이런 생활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용케 잘 살고 있네'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연 수입 백만 엔 이하로 살아보면, 머리로 생각하는 생활과 실제로 느끼는 생활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 수입이 줄어들어 바닥을 치는 만큼 동시에 돈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다'는 신선한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4쪽, 작가의 말 중에서 발췌)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들어가며 '은거 생활의 아웃라인'을 시작으로, 1장 '일단 힘든 장소에서 벗어나기', 2장 '마음이 편한 생활 만들기', 3장 '수중의 돈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4장 '돈에 대한 시각과 사고방식의 변화', 5장 '돈과 이야기하기, 돈과 놀기'에 이어, 쓰루미 와타루와 오하라 헨리의 대담 '넉넉하다는 건 무엇일까?'로 마무리된다.



먼저 저자의 은거 생활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혹시 약간 꼰대스러운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면 잔소리하지 말고 일단 꾹 참고 자기소개를 겸한 은거 생활 하루 일과를 읽어보자.

아침은 적어도 7시에 일어나서 시작한다. 은거 생활을 한다고 해서 마냥 잠만 자면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나 학교에서 생활 리듬을 정해주지 않는 만큼 스스로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슬슬 읽어나가다가 마음에 훅 들어오는 부분이 있으니 책 이야기이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여하면 처음 몇 페이지만 읽고 '재미없다' 싶으면 반납해도 되니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돈 주고 샀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순수하게 읽고 싶은 책 혹은 읽고 싶은 부분만 여러 번 읽을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면서 식생활에 있어서도 아침에는 스콘을 직접 만들어 먹고 저녁에는 현미채식으로 건강하게 챙기는 것이다.

저자는 하루 30시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20대에 은거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면 여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특별한 삶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아주 단조롭고 평범한 면이 쌓이고 쌓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 눈에도 그렇게 보입니다. (28쪽)

그렇게 한 청년의 은거 생활에 대해 호감 모드로 변화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본다.

나름대로 자신만의 소신과 기준이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의문을 하나씩 풀어본다.

저의 부모님은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하고 말했다가 바로 다음 날 '정규직으로 취직해라'라고 하지 않나, 순간순간 기분에 따라 제각각인지라 '남 일이라고 대충 말하는 것 같은데'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 했다가는 인생이 열 번 있어도 모자라겠다는 위기의식이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50쪽)

부모님이 공감해 주는 은거 생활이란 평생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며, 자신만의 생활을 이어나간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일하기 싫어하거나 대충 살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최저 생활비를 계산해두고 몇 시간 일하면 되는지 역산하여 삶을 자신만의 속도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다.

최저생활비에서 노동량을 역산하면 경제적인 불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그 이상으로 일할지 말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생긴다'는 장점이 생깁니다. 이것이 최대 혜택일 수도 있습니다. 월 6만 엔까지 벌고 나면 그 이상은 하기 싫은 일이라면 바로 거절할 수 있고, 반대로 '한가한데 일이나 해볼까'라는 여유가 생기죠. 재밌을 것 같은 일만 골라 하는 것도 전부 내 자유입니다. (112쪽)

그리고 결국 필요한 것은 삶을 대하는 자세인 듯하다.

정리하자면, 또 하나의 자유란 '행복을 돈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돈이 있든 없든 어디서 뭘 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심적 상태라고나 할까요. 이곳이 아닌 어딘가가 아니라 내 주변의 가까운 곳부터 즐길 거리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결국 돈이 있든 없든 어디에 있든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겁니다. (130쪽)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자유인을 여기에서 보는 것 같다. 우리네 삶에서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도 없고, 돈을 쌓아놓아야 한다는 것도 정답이 아니니,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삶을 꾸려나가는 청년의 이야기에서도 삶의 자세를 배워볼 수 있었다. 남들과는 다르다고 해도 자신의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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