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시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찰지게 착착 감기게 표현하는데, 상황을 떠올리면 뒷골이 당기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고통사고 유발자들의 실제 사례들이 떠오르며, 보다 구체적으로 내가 겪은 고통사고도 생생하게 떠올라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고통사고라면 거기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실제 삶에서 깨달은 바가 있는 것이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을 굳게 다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렇게는 안 하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재미있게 읽은 부분이 한두 군데는 아니지만 딱 한 가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해 보아야겠다. 그것은 바로 양치기 직장인이다. 우리는 어려서는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교육받지만 실제 사회생활에서는 그러면 큰일 난다. 이 책의 115쪽에는 거짓말 레벨테스트가 나오는데, 이런 문장들이다.
1. 좋은 아침입니다. ( )
2.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 )
3. 눈 감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 )
4. 너무 재미있습니다. ( )
5. 오늘 멋지십니다. or 예쁘십니다. ( )
6. 네, 알겠습니다. ( )
7. 전 괜찮습니다. ( )
8. 약속 없습니다. ( )
9. 김치찌개 좋습니다. or 제육볶음 좋아합니다. ( )
10. 저야 영광입니다. ( )
11. 거의 다 됐습니다. ( )
12. 즐거운 저녁 되십시오. ( )
13. 집에 일이 있어서. ( )
14. 하하하/호호호 ( )
15. 감사합니다. ( )
16. 죄송합니다. ( )
17. 때려치우고 만다. ( )
*1~4개: 직장인 아니죠? *5~8개: 보통의 직장인, *9~13개: 프로 직장인 *14~17개: 양치기 직장인
문장 하나하나 읽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직장인이든 아니든 사회생활을 하려면 필요한 말이다. 나는 누군가 재미없는 아재개그를 하길래 솔직히 재미없다고 이야기했다가 집에서 이불킥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양치기 직장인의 스킬을 익혀두려고 한다. 배우고 익히는 편이 신상에 좋다.
어느 누가 우리를 비난하랴? 만약 단 한번이라도 "과장님, 그런 농담은 부적절합니다!" "차장님, 이제 그만 회의 끝내시죠!" "부장님, 이건 부장님이 하셔야죠!" "팀장님, 김치찌개 어제도 드셨잖아요!"라고 말할 패기가 있는 진실의 입을 가진 자, 우리에게 돌을 던지라! (117쪽)
일부러 자처해서 고통사고 유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텐데, 왜 우리 사회에는 그 많은 고통사고 유발자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해준다.
"여러분, 부디 사랑한다는 말을 과거형으로 하지 마십시오." 한 TV프로그램에서 가수 인순이 씨가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고통사고 유발자에게 쓴다는 것은 정말 아까운 일이다. 소중한 것에 집중하고 행복하게 살아보자고 훈훈하게 마무리해 본다. 시원하고 훈훈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