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오가와 요코. 1988년 《상처 입은 호랑나비》로 가인엔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1991년 《임신 캘린더》로 일본 최고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2003년 《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제55회 요미우리문학상 소설상, 제1회 일본서점대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브라흐만의 매장》으로 이즈미교카문학상을, 2006년 《미나의 행진》으로 다니자키준이치로상을, 2012년 《작은 새》로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했다. 《약지의 표본》이 프랑스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 《호텔 아이리스》 《인질의 낭독회》가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다. 2007년 프랑스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수여받기도 했다. 이외에 《식지 않는 홍차》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안네 프랑크의 기억》 《우연한 축복》 《언제나 그들은 어디엔가》 등의 작품이 있다. (책 속에서)
이 책은 제가 지금까지 다양한 기회를 통해 '이야기'에 대해 해왔던 말을 글로 엮은 것입니다. 과거 위대한 선인들의 강연집을 읽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제 경험을 돌아보면, 이 책을 강연집이라며 당당하게 내밀 용기는 도저히 없군요. 소설을 쓰는 사이사이에, 조금씩 마음에 고인 생각을 사람들에게 얘기했을 때의 기록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5쪽, 들어가는 말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이야기의 역할', 2부 '이야기가 태어나는 현장', 3부 '이야기와 나'로 나뉜다. 어떤 만남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시작, 누구나 사는 동안 이야기를 짓는다,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다, 작가는 소설 뒤를 쫓아간다, 한 줄로는 다 표현할 수 없어서, 작가는 스토리를 짓지 않고 포착한다, 모든 것을 관찰한다, 첫 독서의 감촉, 나를 구원해준 이야기, 전체의 일부이자 유일한 존재, 책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다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사실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에 대해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그동안 읽었던 책을 찾아보니 소설 《침묵 박물관》이 있다. '아, 그 소설!' 침묵 박물관은 한때 이 세상에 존재했던 죽은 자들의 유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별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가 그 독특한 소재와 몽환적인 분위기에 한동안 사로잡혔던 기억이 난다. 소설 속 세계로 뛰어드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니, 그런 소설의 작가가 들려주는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 집중해서 읽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