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블랙박스 - 그 뉴스는 왜, 어떻게 우리에게 추천되었나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69
오세욱 지음 / 스리체어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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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알고리즘에 관해 종종 생각했다. 처음에는 알고리즘이 마냥 편리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약간 거슬린다. 너무 비슷한 틀에 나를 가두는 것 같아서 '왜 자꾸?'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누군가 사람이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으니,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 뉴스는 왜, 어떻게 우리에게 추천되었나

우리 일상을 잠식한 미디어를 알고리즘이 장악하고 있다. 콘텐츠가 우리에게 추천되는 과정에 인간의 개입은 점차 사라진다. 자동화 기술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 사회에 내재한 편향마저 흡수하며 증식한다. (책 띠지 중에서)

안 그래도 포털사이트에서 모 신문사의 뉴스를 자꾸 추천하고 있는데, 내가 제목에 낚여서 자꾸 클릭했고, 이제는 거의 그쪽 뉴스를 추천해 주니 뉴스를 보기가 싫어졌다.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찰력 있고 효율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리즘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통제의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미디어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어떤 책을 사야 하는지, 어떤 영상을 봐야 하는지, 어떤 뉴스를 봐야 하는지 등을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추천하고 있으며, 그 대가로 봐야 할 광고도 자동으로 결정하고 있다.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과정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15쪽)

이 글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접하던 부분에 대해 한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지금, 깊이 읽어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책의 저자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으로 기술이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였고 자동 배열 이전 포털에서 뉴스 편집 일을 한 적이 있다. 저널리즘 가치에 따른 뉴스 배열을 목적으로 한 '뉴스 트러스트 알고리즘' 개발 책임을 맡은 바 있고, 현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연구와 함께 언론의 디지털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우리 일상생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미디어들이 자동화되는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 살펴보려 한다. 미디어 논리 관점에서 현재까지의 미디어 발전 과정을 구분한 것이다. 일상생활의 매개로서 '미디어화', 미디어의 표상으로서 '소프트웨어화', 표상의 표상으로서 '알고리즘화'의 세 단계다. 미디어의 관점에서 알고리즘이 우리의 문화와 일상생활을 자동화하는 보이지 않는 과정을 '알고리즘화'로 설명하는 것이 목표다. (16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자동화 시대의 미디어', 2장 '미디어 진화의 3단계: 미디어는 어떻게 자동화되는가', 3장 '알고리즘의 논리', 4장 '알고리즘의 블랙박스', 5장 '기술의 고삐를 쥐어라'로 나뉜다. 에필로그 '자동화 시대의 저널리즘', 주,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인간을 닮은 기술' 등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마스터 알고리즘은 가능할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페드로 도밍고스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마스터 알고리즘'이 존재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모든 자동화의 방식을 마스터 알고리즘 하나로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8쪽)이다. 보편적이고 최종적인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어 낸다면 하나의 알고리즘이 데이터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그 예를 구체적으로 들어주니 그 생각에 힘을 실어준다. 실제로 기계가 절대로 대신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졌던 미디어 창작의 영역도 기계가 학습을 통해 침공하고 있고,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생성된 미디어 콘텐츠의 품질이 인간의 것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을 마스터 알고리즘에 대한 것으로 했지만, 마스터 알고리즘까지는 아니더라도 알고리즘이 우리 일상생활에 적용된 것을 언급하니, 그 정도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모르는 세계가 아니라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있는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니,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진지하고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다면, 기술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알고리즘 혹은 인공지능의 결과물들에 대해 끊임없이 감시하고 이를 보완 및 수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감시, 수정 및 보완 주체들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민주적 시민들을 공적 대화에 참여시켜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핵심 역할이다. 정책 결정권자, 알고리즘 등 기술의 설계자들, 연구자들, 일반시민 등 모두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 또한 저널리즘의 핵심 역할이며 그 수행은 전문 직업군으로서 저널리스트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가능하다. (109쪽)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가 한 번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를 짚어주고 있다. 기계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인간에게 보여주면, 인간으로서 그냥 그 결과만을 전달받고 접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멈춰 서서 생각을 하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책이 얇고 학술적이라는 지레짐작을 하며 펼쳐들었는데, 의외로 풍성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되었다.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의외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거시적인 시각으로 알고리즘에 대해 접근할 수 있었다. 저자의 그동안의 연구와 노고가 고스란히 들어가서 정돈된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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