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용어부터 살펴보자면, 제텔카스텐이란 독일어로 Zettel(메모), Kasten(상자)을 합친 용어로 '메모 상자'를 의미한다. '제텔'은 주로 A6 크기의 인덱스 노트를 가리키는데 우리가 공부할 때 주요 개념을 기록하거나 단어장으로 사용하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카드 종이를 떠올리면 된다. 그리고 이 인덱스 노트를 보관하는 상자가 '카스텐'인 것(16쪽)이다.
최근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 교수의 메모법이 새롭게 주목받게 되면서 메모상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루만 교수는 메모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지식체계를 구축하였다.
텍스트 읽기 → 내용을 요약하고 메모에 기록 → 메모와 메모를 연결하여 새로운 생각으로 발전 시키기라는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한 그는 이 시스템을 통해 동일한 주제나 연관성이 있는 메모들을 서로 연결하여 계속 생각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발전된 생각이 또 다른 생각들과 연결되어 더 발전된 지식을 만드는 과정이 거듭되어 루만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고 이론을 만드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17쪽)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다작을 했던 루만의 연구 실적을 보면 그의 아날로그 시스템이 오늘날의 디지털 시스템 못지않게 정교했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예전에는 제텔카스텐에 대해 접하더라도 그다지 와닿지 않더니, 지금은 바로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타이밍이 잘 맞는 만남이다. 그러면 제텔카스텐을 어떻게 활용해볼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방법을 인식하며 나만의 기준을 세워본다.
먼저 '1개의 메모당 1개의 생각이나 의견을 기록'해야 하고, 상향식 글쓰기를 해야한다. 그러니까,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글감과 자료를 찾는 것은 상향식 글쓰기이며, 하향식 글쓰기는 글감들을 꿰어서 하나의 주제로 끌고 가는 것이다. 그동안 보통 상향식 글쓰기를 해왔기 때문에 소재부족을 느끼거나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그런데 '아날로그냐 디지털이냐'의 문제에 들어갔을 때,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아직 디지털의 세계로 들어가지 못한 나에게 이 책은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앱 중 '옵시디언'을 추천한다. 설치 방법부터 추가기능, 디지털 메모 상자 만들기 등등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따라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