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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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말라르메와 앙리 마티스, 두 거장의 예술혼의 결정판이라! 이 설명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의지 비슷한 것이 마음속에서 샘솟아서 기대감이 커졌다.

거기에 더해 이 설명까지 읽고 나니 본격적으로 본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 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낭만주의와 고답주의에서 벗어나 상징주의를 이끈 19세기 프랑스 시의 지도자 스테판 말라르메. 그는 언어 고유의 암시와 상징에 주목해 전인미답의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며, "세상에 단 한 권뿐인, 누구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책"을 구상하게 된다.

20세기 미술의 혁명가 앙리 마티스는 말라르메와 같은 꿈을 꾸며 그 꿈을 실현해 보려 했다. 마티스는 손수 말라르메의 시를 고르고 그에 어울리는 삽화를 창작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말라르메 시에 담긴 유희는 마티스 에칭화의 가느다란 선을 따라 고적하고 순수하게 피어난다.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해 나아갔던 두 예술가의 이상이 한 권의 책으로 우리 곁에 남았다. (책 뒤표지 중에서)

두 거장의 예술혼이 이 책 속에서 불타오르는 듯해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어떤 작품들이 있을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목신의 오후』를 펼쳐들어 읽어보게 되었다.



스테판 말라르메는 20세가 된 1862년부터 문예지에 시와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런던으로 건너가 1년간 영문학에 매진했으며, 귀국 후에는 일생을 영어교사로 지냈다. 이후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직접 번역·출간하는 한편, 낭만주의나 고답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풍을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1884년부터 '화요회'를 조직해 문인과 예술가 등 당대 지식인들과 교유하며, 당대는 물론 20세기 프랑스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앙리 에밀 브누아 마티스는 1891년 파리로 가 그림 공부를 시작했고, 1893년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해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의 제자가 되었다. 1904년 무렵부터 파블로 피카소, 앙드레 드랭 등과 함께 야수파 운동을 주도해 20세기 회화의 위대한 혁명을 이끌었다. 1930년대 이후에는 조각과 판화, 직물 디자인, 유리 공예, 책 삽화, 성당 벽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인사, 불운, 환영, 하찮은 청원서, 저주받은 어릿광대, 탄식, 창, 꽃들, 번민, 바다의 미풍, 소네트, 시의 선물, 목신의 오후-전원시, 성녀, 추모의 건배, 산문, 부채, 거리의 노예, 소네트 몇 편, 예찬 등이 수록되어 있다. 작품 해설, 옮긴이의 말, 스테판 말라르메 연보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앙리 마티스가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직접 선별하고 에칭화를 넣어 편집한 것이다. 먼저 에칭화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겠다. 에칭화는 판화의 한 종류로 금속판을 산으로 부식시키는 에칭 방식으로 찍어낸 그림인데, 펜이나 연필로 종이에 직접 그리는 것과 같이 선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 책은 앙리 마티스가 직접 선별한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이 책으로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뿐만 아니라 앙리 마티스의 에칭화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동안 보아온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떠올려보자면 색채를 사용한 작품들이 생각나는데, 이렇게 에칭화만을 모아서 에칭화 29점을 이 책을 통해 감상할 수 있으니 특별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와 접목시켜서 앙리 마티스의 에칭화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시만 보았거나 그림만 보았을 때와는 다르게, 이 두 가지가 함께 어우러져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앙리 마티스가 직접 선별하고 편집한 말라르메의 시가 담겨 있다. 국내 최초 번역·출간된 책이며, 마티스의 에칭화 29점과 말라르메의 시 64편이 수록되어 있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이 시집의 번역은 단순히 시어를 선택하고 시 원문을 충실히 옮기는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시 세계를 시각화, 공간화하는 문제였음을, 작업을 마치고 난 뒤 한층 더 절감한다(236쪽)고 언급한다.

이 책을 읽는 나 또한 이 책이 하나의 세계, 아니 두 세계가 하나로 만나 우주가 되어가는 과정을 만나본다. 이 느낌이 한동안 나를 휘감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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