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 이 책은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연재된 '이서기 시리즈'를 엮어 만들었습니다.
* 인물의 성격과 특징을 살리기 위해 입말을 살렸으며, 일부는 인터넷 문체를 그대로 사용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야! 200도 못 벌면서 맥주 남기지 마!" (19쪽)
강렬한 첫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나이 서른에 겨우 9급 공무원이 되었다고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만, 사실 공무원도 다들 얼마나 원하는 직업이던가.
그리고 이 책은 첫 문장의 강렬함에 편승해서 읽어나가면 그냥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계속 읽게 된다. 그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 누군가의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로 살아 숨 쉬며 쿡쿡 찌른다.
때로는 너무 디테일해서 외면하고 싶고, 온갖 복잡한 심정이 나를 휘감는다. 왜 예전 어르신들의 당연한 삶의 자세가 당당한 것이 아니라 답답한 것이 되어버렸는지, 세상이 왜 이리 변하고 만 것인지, 한숨이 훅 나오며 삶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부모님과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가는 길이다. 길모퉁이 유명한 복권방 앞에 로또를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엄마는 바로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아휴.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저게 도박이지, 도박이 따로 있어? 요즘 사람들 다들 정신상태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저 돈으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더 사먹겠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한다. 그냥 듣기만 한다. 그리고 아까 사둔 로또가 들어 있는 지갑을 더듬어 지퍼를 끝까지 채운다. 점점 엄마와 다른 방향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