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 영화가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김혜남 지음 / 포르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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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사람은 아픈 것일까.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의 저자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 선생님이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지 21년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이 병환으로 인해 더 이상 글을 쓰실 수 없는 김혜남 선생님의 마지막 단독 저서라는 점에서 마음이 쓰라린다.

이 책은 서른 살부터 김혜남 선생님이 조금씩 쓰시며 모아왔던 원고를 1년 반 이상의 시간을 들여 선생님을 직접 인터뷰하고 오늘날에 맞게 수정하여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떤 책보다 특별하게 여겨진다.

이 책은 '영화가 묻고 심리학이 답하다'라는 부제의 책이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궁금해서 이 책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혜남.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책날개 발췌)

영화는 사람들의 꿈과 환상, 인생에 대한 이해를 들여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다시 영화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에서 영화를 통해 수많은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지금 우리를 되짚어보고 한 뼘 깊이 이해하며 각자에게 보이지 않던 소중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12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진실된 관계를 맺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2장 '우리는 왜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살아갈까', 3장 '죽음을 앞두고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 4장 '왜 우리는 현실을 살며 환상을 떠올릴까', 5장 '우리는 사회와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로 나뉜다.



나라는 존재는 기억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의 기억들은 모래가 바위가 되고 퇴적층의 무늬를 만드는 것처럼 차곡차곡 쌓이고 뭉쳐 나라는 존재의 현재를 규정한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현재의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기억을 지니고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사실상 기억이 나를 만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기억들이 차츰차츰 사라져간다면 어떨까. (17쪽)

<어웨이 프롬 허>라는 영화에 대한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 영화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한 노부부가 지켜낸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간단한 줄거리부터 거기에 담긴 의미까지 부드럽게 잘 풀어주고 있다.

이 책을 펼쳐들면 한 가지 이야기를 단번에 훅 달려갈 수 있다. 영화를 처음 접하더라도 상관없이 훅훅 내달리듯 읽어나가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에 무언가가 남는다.



해당 영화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짤막하게 줄거리도 짚어주고 거기에 담긴 의미도 언급해 준다. 난 원래 영화를 잘 안 본데다가 요즘은 더더욱 안 봐서 그런지, 영화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하는데, 이 책을 통해 영화도 접하고 거기에 담겨 있는 심리학적인 의미까지 짚어주니 더욱 솔깃해서 읽어보았다.



같은 영화를 보아도 그에 대한 감상은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마냥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 덕분에 이렇게 책을 통해 영화 이상의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러브레터> 등 예전에 여러 번 보았던 영화가 나오니 반갑기도 하고, 예전 영화만 있는 줄 알았는데,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서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와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한 번에 영화 하나, 그리고 심리학 이야기를 한달음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여력이 있으면 해당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는 허구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신분석을 통해 영화를 바라보면 영화 속 인물의 과거 심리 상태나 미래를 예측해 볼 수 있고, 인물의 성격과 내면을 실제 우리가 겪는 세계에 적용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것은 해당 인물과 이어지는 대화인 동시에 나 자신과의 대화이다. 그들과의 공감과 이해, 얽혀있는 문제의 발견과 치유가 결국 내 삶에 겹쳐지는 순간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11쪽)

궁극적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모습이든 싫어서 외면하고 싶은 모습이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일단 펼쳐들면 그냥 쓱 읽히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콱 와닿는 문장들이 있다. 그 문장들을 음미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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