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조지 오웰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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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이다. '조지 오웰' 하면 『동물농장』, 『1984』가 떠오른다. 그리고 여느 고전들과 마찬가지로 유명하지만 여전히 난 이 책을 읽지 않았고, '그게 뭐?'라는 당당함이 있다. 괜찮다. 나만 안 읽은 것 아니니까. 그리고 이제 읽으려는 건데 뭘.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디스토피아 소설의 최고봉

미래를 경고하는 조지 오웰의 강력한 메시지! (책 뒤표지 중에서)

타임지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미권 소설 TOP 100', 서울대학교 '6년 연속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도서 TOP 20', BBC 선정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도서 100',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문학 100', 아마존 선정 '살면서 꼭 읽어야 할 도서 TOP 100',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뉴스위크 선정 'TOP 100 Books', 르 몽드 선정 '세기의 도서 100' 등등 여기저기 선정도 많이 되고 유명한 소설 『1984』를 '드디어 나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조지 오웰. 1903년 영국령이었던 인도의 벵골주에서 영국 하급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튼 학교에 들어가 장학생으로 공부하다 졸업했으며, 1922년부터 5년간 미얀마에서 경찰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제국주의를 뼈저리게 실감한 그는 경찰을 그만두고 파리로 건너갔고, 1933년에 파리와 런던에서 겪었던 생활을 바탕으로 첫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발표, 1935년에는 『버마 시절』을 출간한다. 1945년에는 소련의 스탈린 체제에 관한 우화인 『동물농장』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해 폐결핵의 악화로 병원신세를 지었고, 아내마저 잃었다. 이후 작품 활동을 지속하다가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인 『1984』를 집필했다. 『1984』 출간 후 명성을 얻은 그는 이듬해 1950년 마흔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책날개 발췌)

'디스토피아 소설의 최고봉'이라는 설명 만으로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어보기를 두려워하며 하루하루 미루고 있었다. 여느 공포소설보다 오히려 더 무섭게 다가오리라 짐작하면서 말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드디어 집어 들어 읽어나간 이 책은 생각보다 더하다. 현실이 낯설게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인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이라는 설명이 여기에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이 책은 1948년에 탈고한 작품이라지 않은가. 어떻게 그 시절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그것이 더 소름 돋는다.

오웰이 사망하기 5개월 전 출간된 이 소설은 그가 생전에 발표한 마지막 작품이 되었는데, 이 작품이 바로 디스토피아 소설의 전형이 되었다. ('1984'라는 연도를 제목으로 삼은 데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이 작품을 탈고한 1948년에서 뒤의 숫자 두 개를 바꿔 쓴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해 보인다.) (479쪽, 역자 후기 중에서)



공포의 대상은 '빅 브라더'. 나에게는 귀신 그런 거 보다 더 공포로 다가왔다. 지금 보면 여기저기에 빅 브라더 같은 CCTV가 즐비하지 않은가. 어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되고 오히려 믿음직한, 지금 현재의 상황과 오버랩되며 치를 떨었다.

윈스턴은 도중에 몇 차례씩 쉬어 가며 천천히 올라갔다. 층계참에 이를 때마다 엘리베이터실 맞은편 벽에서 거대한 얼굴이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동작하는 방향을 따라 시선이 움직이도록 고안된 그림이었다. 아래쪽에, '빅 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8쪽)

아주 작은 속삭임을 제외하면 윈스턴이 내는 모든 소리는 텔레스크린에 포착될 것이고, 게다가 그 금속 화면의 시야 안에 있는 한 그가 내는 소리뿐 아니라 행동까지도 탐지될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이 어느 특정 시간에 감시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상경찰이 얼마나 자주 또는 어떤 체계에 따라서 개개인을 도청하는지는 그저 짐작만 가능할 뿐이다. 심지어 모든 사람을 24시간 내내 감시한다고 볼 수도 있었다. 어쨌든 그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개인을 도청하는 일이 가능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내는 모든 소리가 도청당한다고, 또한 어둠 속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이 감시당한다고 여기고 살아야 했고, 또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었으며, 그런 삶의 방식은 이제 습관을 넘어 본능이 되었다. (10쪽)




어쩌면 문제 삼지 않으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 상황이고, 문제 삼고 보자면 한없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 것을 잘 포착해서 소재를 삼아 소설을 써나갔다. 그런데 그 시절에 그걸 어떻게 예견했을까. 무엇보다 이 책이 오래전 그 당시에 나온 책이라는 점은 정말 미래를 예견했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겠다.

나는 이 책의 마무리가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다. 문득 무언가를 애써 떠올려본다. 수많은 의문이 들지만 결국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덮어버리고, 의문을 가졌던 것조차 잊고 살아가는 현실을 바라본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나의 생각을 바꾸고 말지, 그랬던 생각이 딱 그 모습이어서 씁쓸한 여운이 남는다.

책을 읽을 때, 그 옛날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면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우리 시대 이야기 같고 남 이야기 같지 않은 느낌이 들 때면, 책과 우리의 간극은 좁아진다.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은 대부분이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이어서 늘 언급되고 권장되는 것이리라.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며 떫은 감 먹다가 뱉어도 입안에 한동안 떫은맛이 남는 것처럼, 맛있는 감정은 아니지만 무언가가 강하게 남아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영미 문학 번역의 대가 한기찬의 최신 완역본이라고 하니 이번 기회에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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