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팡세미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팡세미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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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금쯤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머리 앤』말이다. 이런 나의 생각에 소설가 천선란은 불을 지펴주었다.

아이가 어른이 되려면 몇 사람을 만나야 할까. 스치는 사람이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무사히 어른에 닿을 수 있도록 삶에 기꺼이 뒤엉켜 줄 사람은 앤이 만난 사람들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빨간 머리를 부끄러워하고 경멸하는 앤에게, 보이는 것보다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어린 시절 앤을 바라보며 귀담아듣지 않았던 그 문장들 이제는 곱씹고 또 곱씹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 모두의 다른 이름, 빨간 머리 앤 중에서, 소설가 천선란)

움츠러들고 우울하고 자꾸 처지는 느낌이 들 때에는 이렇게 유쾌발랄 통통 튀는 앤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 『빨간 머리 앤』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런, 착오다. 남자아이가 입양되는 줄 알았는데 여자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곤란한 일이 벌어져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아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저씨, 아저씨가 초록지붕집의 매슈 커스버트씨죠? 반갑습니다. 전 아저씨가 데리러 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만약에 아저씨가 오시지 않으면 저기 있는 커다란 벚나무 위에서 밤을 지낼 생각이었어요. 하얀 벚꽃과 달빛이 이불처럼 포근하게 감싸 주면 근사하겠죠? 전 아저씨가 오늘 안 오시면 내일은 꼭 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30~31쪽)

이렇게 밝고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라니! 앤은 시작부터 나에게 에너지를 팍팍 선사해준다. 재잘재잘 떠들며 모든 것이 신기하고 경이로운 느낌이 드는 듯 앤의 시선을 따라 나도 원더풀 아일랜드 프린스에드워드 섬으로 향해 간다.

"아저씨, 온통 꽃으로 덮여 있는 그 길 이름이 뭐예요?"

"가로수 길 말이냐? 정말 볼 만하지?"

"아휴, 아저씨, 볼 만하다니요? 그렇게 황홀한 길을 그 정도로 표현하면 안 되지요. 다른 이름은 없나요?"

"글쎄, 그냥 가로수 길이라고 부르는데."

"음, 그 길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줘야겠어요. 새하얀 환희의 길. 어떠세요, 근사하죠?"

아이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또 배리 연못을 지나갈 때도 아이는 '반짝이는 호수'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38쪽)

책은 역시 읽을 때마다 내 마음에 들어오는 부분이 다른 듯하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비슷한 듯 다른 사람이어서 그런가 보다. 앤의 말 하나하나에 '어쩜 이런 표현을 다 하지?'라며 읽어나간다. 그런 마음을 잊지 말아야 삶이 경이롭고 그만큼 행복지수도 높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첫 작품으로, 몽고메리를 순식간에 유명한 작가로 만들어 준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나도 엄마도 어렸을 때도 접했고, 커서도 접한, 그런 작품이다. 누구나 빨간 머리 앤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드는 것은 그 시절의 나를 만나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갖지 못했던 성격의 아이에게서 발랄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것이기도 하다.



난 앤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 통통 튀는 긍정에너지를 잔뜩 지니고 있어서 그 에너지를 한없이 받는다. 그리고 예전에 읽을 때에는 앤만 보였는데, 지금은 그 곁에 있는 어른들의 적절한 대처가 눈에 들어왔다. 좋은 어른이 되어주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어른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빨간 머리 앤』은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언제고 다시 꺼내들어 보아도 좋을 명작이다. 특히 이 책은 그림도 내용과 잘 어우러져서 상상력의 꽃을 피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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