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성동혁. 2011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6』, 『아네모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제 서랍, 옷장, 랩톱, 전화번호부에 멈춰 있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번거롭고 방대한 작업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일일이 서랍을 열고, 옷장을 열고, 감각을 열어, 약을 갈려 합니다. 제가 한 시절 사랑했던 것들에 대한 예의를 다하려 합니다. 다시 침묵을 털어 내고 또 다른 시간으로 걸어 나가길 바랍니다. (5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4부로 나뉜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산소통, 울지 않는 사람, 눈, 무제, 성탄절, 아인슈페너, 입원, 일요일, 선택, 다인실, 병원 건축, 겨울은, 시인, 크루아상, 메스로 쓴 시, 만일, 오월, 위로, 말, 작가, 일부, 환자복, 호더, 슬픈 일이 많았지만, 격과 결, 안녕, 단 하나의, 여전히, 오늘의 것,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니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그다지 길지 않은, 어떤 글은 굉장히 짧기도 한 글이어서 그냥 후다닥 읽을 요량으로 집어 들었는데, 뭉클, 울컥, 묵직, 온갖 기운들이 샘솟는다.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저 약간만 보여줬을 뿐일 텐데도, 오히려 담담한 듯한 글에서 나는 휘청거린다. '우는' 슬픔보다 '울지 않는' 슬픔이 더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16쪽)는 그 말에 마음이 묵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