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공부합니다 - 음식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9+3’첩 인문학 밥상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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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진심인 이들에게는 더 진심을 다하도록, 음식에 그다지 진심이지 않던 사람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있다. 바로 『음식을 공부합니다』이다. 이 책을 집어 들 때만 해도 내가 그렇게 음식에 진심이 되어버릴 줄은 몰랐다. 어찌나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지, 정신없이 먹어대듯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음식에 진심이다. 진정으로 진심이다. 그래서 이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진심이 가득 담겨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가족들과 '먹방'을 볼 때가 종종 있습니다. 보다가 제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가족들은 처음 몇 번은 깜짝 놀라면서 저를 진정시켰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둡니다. 30년 넘게 음식을 공부해온 저의 직업병일지도 모릅니다만, '먹방'에 나오는 음식 역사에 관한 설명이 오류라서 그랬습니다. 아마도 관련 웹사이트나 부정확한 자료를 보고 쓴 대본 때문에 그런 오류가 버젓이 방송을 탔던 듯합니다. 오류는 사실을 확인하고 고치면 됩니다. (7쪽)

그러고 보니 저자의 책 『식탁 위의 한국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그 책은 학술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 이 책은 재미있게 음식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어서 일반인인 내가 읽기에 더 좋다. 그런 데에는 또 괜찮은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은 2021년 <EBS 클래스e>에서 강의한 '음식 인문학'에서 출발했습니다. 한 강의에 주어진 시간이 '20분' 뿐이라서 저는 선뜻 출연에 동의했습니다. '음식 말' 많은 저를 단속할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강의록을 수정하고 보완해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9쪽)

총 12강을 통해 음식 공부를 제대로 하게 해주는 책 『음식을 공부합니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주영하. 음식을 문화와 인문학, 역사학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음식인문학자다. 한국 음식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음식의 역사와 문화가 지닌 세계사적 맥락을 살피는 연구를 하고 있다. 35년간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면서 터득한 '음식공부법'을 아낌없이 독자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썼다. 하나의 공부법에 가장 적절한 음식 한 가지를 사례로 들어 12가지 음식 공부 노하우를 공개한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2강으로 구성된다. 1강 '라몐, 라멘, 라면? - knowhow 1. 이름의 내력을 따져라', '2강 '아이스크림은 축산물? knowhow2.음식의 범주를 따져보라', 3강 '막걸리는 발명한 음식, 발견한 음식? knowhow3 제조 과정의 핵심을 정리하라', 4강 '불고기의 기원은 평양불고기? knowhow4. 유행 시점과 장소가 기준이다', 5강 '치즈에서 배운 두부의 발명? knowhow5. 오래된 문헌 기록도 의심하라', 6강 '평양냉면은 겨울 음식? knowhow6. 식재료의 확보 가능 시기를 파악하라', 7강 '양념 배추김치 등장의 일등공신은 반결구배추? knowhow7 시대별로 변하는 품종에 주목하라', 8강 '조선시대 잡채에는 당면이 없다? knowhow8. 특정 시기에 유행한 요리법을 모아라', 9강 '입하 전어에서 가을 전어로? knowhow9 산업화로 즐겨 먹는 때가 바뀜을 알라', 10강 '설날 음식은 떡국? knowhow10 언제부터 전 국민이 먹었을지 생각하라', 11강 '전주비빔밥의 유행은 서울에서부터? knowhow11 유명해진 곳이 어딘지 찾아라', 12강 '베이징 올림픽과 짜장면? knowhow12 '만들어지는' 음식의 전통에 속지 마라'로 나뉜다.

사실 그냥 별생각 없이 집어 들었다가 목차를 살펴보며 무척 궁금해져서 바로 그 부분부터 찾아 읽은 것이 있으니, 언제부터 전 국민이 설날에 떡국을 먹었는지 생각해 보라는 부분에서였다. 그다음 '전주비빔밥의 유행은 서울에서부터?'도 무척 궁금했지만, 일단은 떡국 이야기부터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되어서 바로 190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이 책이 그렇다. 한 번 손에 쥐면 끝까지 읽어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음식의 역사와 문화, 그 모든 것을 술술 풀어내어 시선을 집중시킨다.



궁금한 것 찾아보는 것 말고 그냥 처음부터 읽어나가도 엄청 흥미롭다. 장면이 확확 바뀌면서 많은 것을 보여준다. 예전 신문이라든지 갖가지 사료를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짐작해 보는 재미가 있다.

1920년대 식민지 도시 서울에도 아이스크림이 등장했습니다. 1927년 6월 22일자 《동아일보》 3면에는 '좋은 아이스크림 만드는 법'이란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를 한번 소리 내어 읽으면서 당시 아이스크림 제조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깨끗한 그릇에다가 계란 노른자와 설탕을 같이 넣고 잘 섞어서 크림 빛이 되거든 그 가운데 끓인 우유를 조금씩 넣어가면서 잘 섞습니다. 그리하여 우유를 다 넣거든 그것을 강한 불에 놓지 말고 약한 불에 걸어놓고 잘 젓습니다. 계란 노른자가 굳어지지 않을 만한 정도로 끓여 진하게 되거든 불에서 내려 체에다 밭쳐서 그대로 얼음에다가 채워놓습니다. 아주 차디차게 되거든 바닐라 에센스를 넣고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고 얼음과 소금을 채우고 돌려서 굳게 합니다. (41쪽)

라면, 아이스크림, 막걸리, 불고기, 두부, 냉면, 배추김치, 잡채, 전어, 떡국, 비빔밥, 짜장면 등 12가지 음식에 12가지 음식공부법을 들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12번의 강의를 듣는 듯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으며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이 많아져서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시간을 가져본다.

예전에 읽은 저자의 책보다 훨씬 몰입도가 뛰어난 것은 강의록을 보강한 것이어서 그런가 보다. 일반인이 읽기에도 부담 없고 흥미진진한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이 책은 제가 그동안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면서 알아낸 '음식 공부법' 12가지를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하나의 공부법에 가장 적절한 음식 한 가지를 사례로 설명합니다. (258쪽)

저자는 말한다. '음식과 역사와 문화에 관한 공부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58쪽)'라고 말이다. 그 맥락을 연결시켜 술술 풀어내니 흥미로운 마음으로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나 보다.

이 책으로 12가지 음식에 대해 그 흐름을 살펴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오, 그랬어?!'라며 감탄하면서 읽어가게 될 것이다. 음식인문학자 주영하의 음식 공부 노하우를 대방출 해주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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