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어른이 되었다 -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어쭙잖은 어른의 이야기
김기수 지음 / 가나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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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앞에서 생각에 잠긴다. 그래, 제목부터 다들 남 이야기 같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나부터 그랬다. 어느 순간 어설프게 어른이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어설프게 방황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 이렇게 어설프게 흘러가는 건지 한숨부터 나오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그 누구도 자신의 인생에 어느 순간에는 마찬가지로 주눅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어쭙짢은 어른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10대에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20대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 93년생, 어른이란다.

이건 어설프게 어른이 된 나의 이야기이다.

이건 어설프게 어른이 된 당신의 이야기이다.

이건 어설프게 어른이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그 이면에 숨겨진 삶의 모습들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8쪽)

이 시대를 살아가며 어설프게 어른이 된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며, 마찬가지로 어설프게 어른이 된 내 모습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이 책 『어설프게 어른이 되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특별하게 태어나 보통의 존재로 살아간다, 이해할 수 없던 말과 행동들을 이해하게 된다, 시간은 나에게 흐르는 만큼 부모에게서도 흐른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되고 싶은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서 고민한다, 운의 영향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마주한다, 돈이 목적이 아닌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마음을 여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하게 되는 일이 있다, 말과 행동으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 받는다, 인생의 모든 시기는 각자의 멋과 가치가 있다, 어른이 되는 나에게, 나는 나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일은 어렵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기에 사는 게 설렌다, 선택하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젊음과 청춘 뒤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특별한 존재가 보통의 존재로 거듭나는 일이 아닐까. 특별한 존재로 인식했던 본인을 평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그 과정을 우리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어쩌면 영영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빛바랜 내 꿈들 앞에서, 내가 견뎌야 할 삶의 무게와 책임 앞에서 나는 나를 '보통의, 평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내 삶도 내가 어릴 적 보았던 그 어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프게 받아들인다. 나는 그렇게 보통의 어른, 평범한 어른이 되어간다. 특별한 존재로 태어나, 평범한 존재로 살아간다. (20쪽)

'그 시절에 나는 무엇을 했던가.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래 나도 그런 생각 했었지.' 등등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이 북적북적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여행을 하며 햇빛 상관없이 다니다가 까맣게 타서 왔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 하얀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주눅 들고 선크림도 바르고 햇빛도 피해 다니며 다시 하얗게 만들었던 경험 말이다. 여행을 다닐 때에는 나 혼자 허여멀건한 것 같아서 열심히 태우고 다녔는데 말이다. 타는 건 쉬운데 태운 것을 다시 하얗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상하게도 여기에서는 하얀 피부가 미의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도 많은 것을 판단하고 정의하며 평가한다. 판단과 정의와 평가 위에서 나는 선택하고 내 삶은 나아간다. 나는 그 선택에서 만족의 감정을 느끼기도 불만족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하얀 피부와 그을린 피부 사이에서 만족하고 불만족했던 나처럼. (63쪽)

이렇게 이 책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거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거나, 나도 언젠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우리들의 청춘은 그렇게 흘러간다. 그때의 판단과 선택이 지금 생각해 보면 잘 했다거나 그럴 필요 없었다거나 촌스럽다거나 등등 지금 시점의 내가 판단해 볼 만한 어느 시절의 내 모습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이토록 뜨겁게 고민하는 청춘의 흔적이란. 다정하면서도 예리하고, 솔직하면서도 정제된 글로 방황은 헛된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만든다. 공감과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_'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강나연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떠올린 생각들을 차곡차곡 담아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어른의 평범한 일상 기록에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예전의 나를 떠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이 정도 생각이면 어설픈 건 아니네.'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이 책은 문득 집어 들어 펼쳐서 읽다가 자신의 시간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도 좋겠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렇게 펼쳐지는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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