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마르케스 - 카리브해에서 만난 20세기 최고의 이야기꾼 클래식 클라우드 29
권리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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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제29권 『가르시아 마르케스』이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이다. 이번에 29권째 출간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라틴아메리카의 비극적 현실을 탁월하고 독창적으로 형상화한

마술적 리얼리즘의 거장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길을 따라가다 (책날개 중에서)

혹시 '가르시아 마르케스'라는 작가의 이름이 생소하다면 『백 년의 고독』이라는 작품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작품명만 알고 있어도 좋다. 이 책은 거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좀 더 구체화해주니 말이다.

20세기 들어 기존의 소설 양식으로는 현실의 복잡하고 다변적인 리얼리티를 담아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소설의 종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콜롬비아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백 년의 고독』이라는 작품으로 전 세계를 매혹시켰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새로운 소설 미학을 보여 주어 죽어 가던 소설이라는 장르를 소생시킨 이 작품에 대해 체코의 거장 밀란 쿤데라는 "책꽂이에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을 꽂아 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책날개 발췌)

정말 그렇단 말인가. 그렇다니 더욱 궁금하고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진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더욱 궁금해져서 이 책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지은이는 권리. 1979년 서울 출생으로, 2004년에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필명인 권리는 부모님의 성을 한 글자씩 딴 것이다. 장편소설 『싸이코가 뜬다』 『왼손잡이 미스터 리』 『눈 오는 아프리카』 『상상범』을 비롯하여 단편소설집 『폭식 광대』와 영감의 계보를 찾아 여행한 세계를 담은 『암보스문도스』를 썼다. (책날개 발췌)

나는 그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콜롬비아가 단지 커피와 마약의 나라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6개월 넘게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할 만큼 그곳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곳 출신의 작가들 하나하나가 온전한 하나의 대륙임을 알게 되었다.

_권리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생의 낭만을 아는 작가'를 시작으로, 1장 '이야기꾼의 탄생', 2장 '마콘도라는 유토피아', 3장 '고독한 죽음의 연대기', 4장 '51년 9개월 4일의 사랑', 5장 '문학과 비문학 사이의 저글링', 6장 '가보의 친구들', 7장 '카리브적 서사', 8장 '최면술과 연금술'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아디오스 가보!'로 마무리된다. 가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의 키워드, 가르시아 마르케스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등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두고 시작해야겠다. 이 책을 읽으며 하나씩 알아가며 읽어나간다.

*그의 본명은 가브리엘 호세 가르시아 마르케스다. 부모의 성을 따는 에스파냐식 작명 전통에 따라 아버지의 성 '가르시아'와 어머니의 성 '마르케스'를 붙여 '가르시아 마르케스'라고 불러야 한다. 이에 이 책에서도 어른 작가인 그를 가리킬 때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혹은 '가보'로 부르겠다. 반면 아이인 그를 가리킬 때는 과히라 해안 지방식 애칭인 '가비토'로 부르겠다. (11쪽)

그렇게 이 책에서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이 책과 함께 가르시아 마르케스라는 작가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특기할 만한 것은 가보가 오로지 자신이 체험한 것만 썼다는 점이다. 그는 단 한 번도 작가의 삶이 작품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끓는 얼음'으로 대표되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경험을 모두 그 자신이 겪은 사실이라 말했다. 저 옛날 얼음을 구경하러 갔던 시절을 떠올리며 집필하기 시작한 『백 년의 고독』은 그의 외할아버지를 역할 모델로 쓴 것이나 다름없고,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그의 부모가 쓴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족장의 가을』은 정치적 동료이던 피델 카스트로가 쓴 것이나 진배없다. (14쪽)

어린 시절 라디오 방송에서 하는 노래자랑에 나가 중도 탈락해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오랜 꿈은 사실 장돌뱅이 가수였다. 그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에 장돌뱅이 가수를 꿈꾸었다. 1982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도 그는 노래와 춤으로 자축했고, 죽기 직전인 2014년 3월 6일 여든일곱 살 생일을 맞이했을 때도 대중 앞에 나와 자축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유럽에서 빈털터리가 되었을 때, 가수로 먹고산 적도 있었던 것을 보면 가수의 꿈이 빈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가 가수가 되고 싶어 한 이유는 희한하게도 그가 소설가가 된 이유와 맞아떨어진다. (17쪽)

프롤로그의 글을 보면 그에 대해 굵직굵직하게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렇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마음이 생길 무렵, 저자는 세 번의 환승을 거쳐 서른여섯 시간 만에 콜롬비아에 도착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함께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이 책을 따라가본다.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다. 왜 가보인가? 질문에 대한 답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 중 단 한 편의 작품만 가지고도 거대한 세계관이 꿈틀거리는 듯한 사람은 누구인가? 저마다 저명한 평론가의 이론 한 줄에 등장하기 위해 경쟁하듯 문학을 실험하는 사이, 외로이 죽어 가던 소설의 목덜미를 잡고 살려 낸 작가는 누구인가? 한국과 정반대에 위치한 낯선 땅에 대한 환상을 이만큼이나 채워 준 작가는 누구인가? (217쪽)




이 책에서 권리 작가는 자신의 기준에 '좋은 작가'는 책을 다 읽고 난 뒤 혹은 그 중간에라도 '내가 글을 쓰고 싶어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작가'(223쪽)라고 한다.

그런 유의 작가들은 '이렇게 막 나가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글을 쉽게 쓰지만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을 선사한다. 그야말로 독자는 한여름 밤, 한강 위의 폭죽놀이처럼 입을 벌리고 그 진풍경에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가보는 바로 그런 작가다. (224쪽)

독자로서 나는 이 책을 읽은 후에 가보의 책들이 궁금해져 견딜 수 없어진다. 그동안 '나중에 언제 한번 시간 나면 읽어 볼까나?'라는 기약 없는 생각을 해왔다면, 이제는 정말 조만간 읽어보아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생각할 정도로 내 시선을 끌었다. 아무래도 나도 그 마법에 걸린 듯하다. 테마가 있는 여행을 제대로 한 느낌이 들어 저자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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