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항암녀의 속·엣·말 - 때로는 상처, 가끔은 용기
이경미 지음 / 예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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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들었다. '씩씩한 항암녀?!' 2017년, 저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항암이 뭔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몰랐던 나는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항암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직장도 쉬어야 한다고 했다.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가장인 내게 일을 하지 말라니……. 아득했다.

"밥은 할 수 있나요?"

"할 수는 있겠지만 힘드실 거예요. 항암하고 일주일은 옆에서 돌봐주시는 분이 있어야 할 겁니다."

내 손길이 필요한 아이가 셋이나 되고, 나는 엄마인데 밥도 할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니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13쪽)

"밥은 할 수 있나요?"라니 정말 실감 나지 않아서 그런 질문을 했을 거다. 그만큼 아이들 밥 챙기는 것도 중요하고 말이다. 가장에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그 심정에 오죽했을까. 게다가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그걸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울컥했다.

이 책을 읽고 싶으면서도 읽기를 미루게 된 것은 자꾸 울컥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보다도, '하필 내가 왜 이런 병에?'라는 생각으로 분노와 좌절을 하기에 앞서서, 나 또한 사실은 먼저 현실 걱정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울컥한 마음 삼키고서 이 책 『씩씩한 항암녀의 속엣말』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경미. 성우, DJ, 리포터, MC.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방송을 한다. (책날개 발췌)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좀 편하게 살고 싶었다. 그냥 남들만큼만 보통으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 보통처럼 살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으로 치열해야 함을 뒤늦게 알았다. 이 책은 독하게 마음먹거나 치열해 본적 없던 내가, 멈췄다 가기를 반복하며 마침표를 찍어낸 결과물이다. 내일이라는 희망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일 수도 있겠다. (4쪽)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1장 '치유'에는 뭣이 중헌디, 쓰담쓰담, 느리게 걷자, 내가 니 편이 돼줄게,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이, 2장 '상처'에는 자존감이 뭐예요? 사랑보다 깊은 상처, 그 입술을 막아 본다 등이, 3장 '인정'에는 소박했던 그리고 행복했던, 난 얘기하고 넌 웃어주고 등이, 4장 '대화'에는 대화가 필요해, 할 말을 하지 못했죠, 조율, 잔소리 등이, 5장 '공감'에는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라디오를 켜 봐요, 휴식 같은 친구 등이, 6장 '성장'에는 걸음이 느린 아이, 넌 할 수 있어, 꿈꾸지 않으면, 용기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처음에는 투병 이야기만 무겁게 있는 줄 알고 펼쳐들기를 주저했는데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부딪치는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으면서 저자의 생활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 상황에서 받은 상처와 이겨내는 마음가짐까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프게 마련이다. 그래서 환자들의 마음은 바람 앞에 촛불 같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스스로에게 기름을 부어가며 치료의 의지를 활활 불태우는 환자들도 간혹 있지만, 환자라는 사실만으로 덩달아 마음이 약해지고 아픈 것이 십중팔구이다. 흔들리는 촛불을 지키는 방법은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의료진은 아픈 환자를 대할 때 그날이 그날 같은 그저 그런 환자가 아닌,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인격체로 봐줘야 하고, 환자 역시 의료진들을 대하는 마음이 고마움이어야 할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환자와 의료인이 서로를 대할 때, 슬기로운 병원 생활이 가능해질 거란 기대를 해본다. (209쪽)



그 모든 게 회복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런 소소한 일상조차 간절히 꿈꾸었던 때가 있었으니 나는 지금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해야 하는 걸까. 잃었던 일상을 찾고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 오히려 선명히 꿈꾸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하면 어떻게 들릴까. (250쪽)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아마 이전의 생활과는 다른 마음가짐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는 일상을 찾아가면서 욕심 낸 것이 '재미'와 '즐거움'이라고 한다. 해보고 싶은 것을 하고, 가보고 싶은 길을 가자고 손을 내미는데 그 손을 잡고 싶어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씩씩한 항암녀'라는 말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저자가 말하는 것을 업으로 해서 그런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글에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었다. 일상에 한줄기 희망을 씩씩하게 건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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