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뒷장에 보면 빨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 빨래를 널었다.
지난 일주일을 씻어서 널었다. 나를 널었다.
지나온 시간들이 후회스럽고 초라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시간들이었다.
그저 그 후회들을 꾸역꾸역 씻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땀과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일어서는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잘 버텼다. 수고했다 토닥토닥. 다시 시작하면 되지. 그게 인생이지. (147쪽)
그러고 보면 우리는 싹 다 갈아치우고 살 수는 없다. 내 스타일이 있고 내 옷이 있고, 그리고 빨래를 해야 한다. 지난 일주일을 씻어서 널었다, 나를 널었다,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시간들, 후회들을 꾸역꾸역 씻어내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그 말에 인생 참, 생각이 많아진다.
그다음 장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한 마디 강렬한 말이 여운으로 남고, 바로 그다음 장에는 '나에게 oo란'으로 마무리된다. 내 생각이 이 책을 함께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가볍게 집어 들었다가 생각보다 깊고 풍성하게 단어들을 채워나간다. 한꺼번에 읽는 것보다 조금씩 음미하기를, 단어 하나씩 곱씹으며 나만의 언어로 채워나가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