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정재희. 이 책은 시한부 시아버지와 지낸 180일을 바탕으로 <브런치>에 써 내려간 글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책날개 발췌)
세대나 환경의 차이는 둘째치고 어쨌거나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시아버지가 췌장암 진단을 받은 2020년 1월, 나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보호자'라는 깜깜한 터널 입구에 서 있었고 세상은 얼마나 오래갈지 그땐 미처 알지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시끄러워지는 참이었다. 1월에 걸맞게 모든 것이 시작되고 있었다. (42쪽)
이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천국과 지옥의 회색지대', 2장 '열 손가락의 상대성 이론', 3장 '보호자답지 않다', 4장 '항암 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5장 '섬망', 6장 '말해봐요, 나한테 왜 그랬어요?', 7장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 8장 '한강의 주역 vs 현대판 시시포스', 9장 '스위트홈 말고 스위트룸', 10장 '마지막은 팬티', 11장 'Quantity or Quality-of-life', 12장 '드라마가 아닌 건 아는데요', 13장 '후회도 선택할 수 있나요?', 14장 '죽음 후에 남는 것들1', 15장 '죽음 후에 남는 것들 2'로 나뉜다.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할 여유도 없이 당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게 죄라면 죄일까. 죽을 날이 가까워져서야 알게 된 죽음 앞에서 그걸 어른스럽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잔인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30쪽)
장담할 수는 없는 거다. 죽음을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죽음 앞에서, 맨정신이 아니라 죽을 만큼 아프고 섬망이나 통증으로 혼란스러울 때에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에서 생각에 잠긴다.
그때 나는 남편에게 딱 이렇게만 말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든, 항암을 하든 하지 않든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후회하게 될 거라고.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할지라도 모시고 있는 동안 우리가 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말자"라고. (184쪽)
정말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다짐했지만 암이 생각보다 빨리 퍼져 처음부터 항암 치료받을 걸 하며 결국 후회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다짐과 현실은 괴리감이 크다.
이 책은 일단 집어 들면 독자를 잡아끄는 힘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나도 그런 적 있다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고 등등등 군데군데 멈춰 서서 말 걸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일까. 그 사이에서 타인의 죽음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덤덤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와닿아 화두처럼 맴도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