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한옥집 -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안녕, 시리즈 1
임수진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블로그 이웃 밤호수 님의 책이다. 책이 출간된 후 소식을 들은 것이 아니라, 블로그의 글로 먼저 접했고, 책으로 출간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제목과 표지 투표에도 참여했으며, 드디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예약구매까지, 그 과정을 하나하나 다 지켜보았으니 정말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아멜리에북스 '안녕, 시리즈' 중 한 권이다. 한번은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 인생의 수많은 품사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에세이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제격이 아니겠는가.

드디어 내 손에 쥐어진 책을 들고 단숨에 달려버렸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데에는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가 한몫했다.

아, 이런 글이 있었던가! 이런 글을 내가 언제 읽었던가! 가슴이 벅차오르다 못해 뛰기 시작했고 얼굴이 붉어졌다. 극진한 시의 문장을 갖추고 있었다. 아니다. 서사를 펼치고 있었다. (…) 오늘은 멀리 거제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문학 강연을 다녀와 피곤한 날 저녁, 보내온 원고를 읽자마자 더는 참을 수 없어 서둘러 이 글을 써야만 했다. 오늘 나 한 사람 늙은 시인으로서 한글로 글을 쓰는 좋은 작가 한 사람을 찾아낸 것을 기뻐하거니와 이 기쁨이 다른 많은 독자들에게도 공통의 것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_나태주 한국시인협회 회장, 시인.

이 책 『안녕, 나의 한옥집』을 읽으며 저자의 어린 시절 한옥집과 그리움과 그 모든 이야기들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임수진. 20대의 짧은 시간을 국어교사로 보내다 미국에 왔다. 이방인으로 10여 년을 살며 그리운 것들이 많아졌다. 마음속의 샘이 마를 때까지 글을 쓸 생각이다. (책날개 중에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던 것 같다. 그리움을 글로 쓰면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것을. 글로 쏟아낸 그리움은 아픔도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그래서 다른 이들이 미래를 바라보고 내일을 준비할 때, 나는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어제를 그리워하며 '추억'이 되어버릴 지금을 그리워한다. 그 안에서 힘을 얻고 다시 내일을 살아갈 원동력을 얻는다. 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이야기를 글로 쓴다. 나는 오늘도 '그리움의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25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추천사 '문장은 잔인하다_나태주 시인', 프롤로그 '그 시절 내가 가장 사랑했던 친구에게'를 시작으로, 1장 '한옥집의 세계로', 2장 '한옥집은 그네들과 함께 꾸던 꿈이다', 3장 '한옥집을 나와 거리에 서다', 4장 '한옥집이 써 내려간 이야기'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유년의 꿈과 환상 가운데 행복했던 시간들'로 마무리된다.

두고 온 삶을 뒤로 하고 이방인의 삶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그저 이대로도 괜찮다 싶던 어느 날, 병이 도졌다. 아니 중병이 시작됐다. 가슴이 먹먹한 병. 그리운 게 많아서 죽을 것 같은 병. 보고픈 이들이 많아서 마음이 터질 것 같은 병.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오갈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이 먼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하나, 글을 쓰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글을 써야 한다면 반드시 이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 했다.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친구, 나의 한옥집에 대해.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24쪽)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 그리움은 글로 쓰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겠구나.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그리움의 병이 전염된다. 전혀 다른 어린 시절의 기억임에도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추억에 젖어드는 걸 보면 말이다.



내 기억 속의 집은 그러하다. 생명을 가지고 태어나, 많은 이들과 함께 가장 따뜻하고 밝은 시기를 거치고, 사랑하던 사람들을 잃어버림과 동시에 쇠퇴하고 소멸하여 생의 한 주기를 마감한 집. 오늘 나는 그 집을 다시 불러내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안녕, 나의 한옥집. (책속에서)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웃다가 큭큭 거리면서 읽어나갔다. 그런 적 없었던 것처럼 하고 싶지만, 솔직히 다들 어린 시절에 오줌싸배기, 똥싸배기가 되었던 기억 하나쯤은 떠오르지 않을까? 시작부터 강렬하면서 글을 읽으며 내 기억 속 어린아이도 소환해 본다. 나에겐 지금껏 남아있는 기억이 무엇이 있는지, 그 기억들을 떠올리느라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이 책은 그렇게 함께 대화하듯 읽어나가게 된다. 에피소드 하나에 내 기억 하나, 같은 듯 다른 기억, 다른 듯 비슷한 기억 모두 소환해 본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을 살짝 건드려주는 글이다.



'맞아, 나도 그거 알아!'라면서 어린 시절 즐겨 하던 부루마블 게임이나 《어깨동무》, 《보물섬》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카페에서 흐르던 음악 김승진의 '스잔'을 이야기할 때 나도 그 음악을 들었던 어느 순간을 떠올리며 접점을 찾는다. 어쩌면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엇비슷한 기억으로 우리 각자의 인생을 채워나가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유쾌하고 웃음 나는 기억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뭉클해지는 감정까지 복합적으로 담고 있어서 그 흐름에 따라 빠져들어 한달음에 읽어나가게 된다. 이 책의 제목에 있는 '안녕'은 반가운 인사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멀어진 후 오랜만에 불러보는 그리움이기도 하다. 가슴 아픈 이별이기도 하고,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며, 그 밖의 온갖 의미가 담긴 한 마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운 옛 친구 한옥집에게 건네는 인사다. 그래서 제목부터 뭉클한 무언가가 느껴졌나 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제는 사라져버렸지만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그리운 무언가를 떠올려본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수없이 많은 '어린 나'를 만났다. 작은 나를 찾아내서 그 아이를 한옥집 대문을 열고 들여보냈다. 눈을 감고 있으면 저절로 그 아이가 집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하나하나 문을 열고, 빼꼼히 쳐다보고, 대문 밖을 나와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아이가 가는 길은 나의 기억이 되었고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때론 눈을 감고 있어도 눈물이 났고, 눈을 뜨고 있어도 그곳이 보였다. (308쪽)

아무래도 오늘 밤은 나도 어린 시절의 나를 불러내보아야겠다. 생생한 듯했지만 막상 떠올리자면 까마득히 아련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그 시절 내 마음을 끄집어내보아야겠다. 긴긴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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