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스피러시 - 미디어 제국을 무너뜨린 보이지 않는 손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박홍경 옮김 / 책세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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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가 가짜고 무엇이 진짜인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 더욱 솔깃했을 것이다. 정작 전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과 미디어 업체 '고커'에 대해서도, 그들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라는 것도 금시초문이지만, 내 관심을 끈 것은 이 이야기에서부터였다.

음모론이 횡행하지만 그것이 진짜 음모인 경우는 흔치 않다. 실존하는 음모의 내막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차치하고 발각되는 일도 매우 드물다. 이 책은 그 드문 예에 속한다. 2007년, 고커 미디어가 운영하는 블로그 '밸리왜그'에 억만장자 피터 틸이 게이임을 폭로하는 짧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고커는 플로리다 법정에서 헐크 호건에게 1억 40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 파산 신청을 한다. 언뜻 보기에 무관한 듯한 두 사건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책날개 중에서)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이었을까. 거기에서부터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두 사건이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는지도 궁금했고, 여러모로 이 책을 읽어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배후에 존재하는 놀라운 진실이 궁금해져서 이 책 《컨스피러시》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라이언 홀리데이. 베스트셀러 《나는 미디어 조작자다》, 《돌파력》, 《에고라는 적》을 비롯해 마케팅, 문화, 인간의 조건에 관한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홍보 회사 브래스 체크를 설립해 마케팅 컨설팅을 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것은 '음모conspiracy'에 대한 책이자 백만장자의 본보기가 되기 시작한 억만장자의 이야기다. 순식간에 잊혀진, 누군가 생각없이 저지른 잔인한 죄를 벌하고자 일생의 역작을 무너뜨린 이야기다. 이 책은 논란을 일으키고 오랫동안 두려움과 흥미를 자극해온 음모와 그 방법을 담았다. (6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계획'에는 1장 '자극적인 사건', 2장 '행동 결정', 3장 '음모를 향하다', 4장 '팀을 모으다', 5장 '뒷문을 찾아서', 6장 '심장을 도려내다', 7장 '칼을 쥐다', 2부 '실행'에는 8장 '후퇴를 준비하다', 9장 '적을 알라', 10장 '비밀의 힘', 11장 '혼란과 무질서의 씨앗을 심다', 12장 '서로를 묶는 연대', 13장 '시험대에 오른 신뢰', 14장 '누가 더 원하는가', 3부 '여파'에는 15장 '마음을 얻기 위한 전쟁', 16장 '여진을 관리하다', 17장 '청산의 기술', 18장 '언제나 의도치 않은 결과가 생긴다'가 수록되어 있다.

시작부터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뉴욕에 있는 피터 틸의 아파트에는 억만장자 집에 걸맞는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은 없지만, 거의 모든 탁자에 다양한 높이로 책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아치형 창문으로 유니언 스퀘어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주방 근처 책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책등이 하얀 작은 책이 있는데,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덜 알려진 책으로, 2000년 전 숨진 로마 역사학자의 저서를 약 150장에 걸쳐 사색하고 분석한 500년 전의 작품 《로마사 논고》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관련이 없지만 3권 6장에 나오는 '음모'를 주목하고자 한다. 거기에는 강력한 적에 맞서 힘을 키우는 방법, 독재를 끝내는 방법, 해를 입히려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시작부터 장면이 머릿속에 그림 그려지듯이 펼쳐지면서 몰입하게 된다. 자세히 묘사된 글의 장점은 책을 읽는 사람이 자신만의 영화를 머릿속에 그려낸다는 것이다. 즉 머릿속에 장면을 띄우며 읽어나가기 때문에 그 영상미 덕분에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마키아벨리 이야기가 나와서 더욱 글을 풍성하게 해준다. 역사적으로 오가며, 그리고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를 섞어가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잘 요리하고 있다. 요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갖가지 재료를 풍성하게 하고 조미료도 쳐가면서 실감 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키아벨리 이야기는 감칠맛을 담당하는 '그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앞부분에서 저자는 우리는 음모가 매우 많지 않은, 꽤나 적은 세상에 사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름 음모와 음모론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설명을 보고서야 짐작했다. '과거에는 폭탄을 던졌다면 이제는 성질을 부리거나 트윗을 날릴 뿐이다.(37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에 대해 여전히 무기력하며 좋은 놈이 끝내 이기고야 말리라는 순진한 확신을 품고 있다. 위험하고 모순적이며 비합리적인 태도다. 다른 세상을 꿈꾼다면 그렇게 만들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며 생각하기도 싫은 일을 해야만 할 수도 있다. (384쪽)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랄까. 내가 보는 세상과 내가 믿는 세상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면, 읽어나가면서 점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내가 사는 사회는 내가 믿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 대해, 음모에 대해, 진실에 대해, 그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달그락달그락 마음이 무척이나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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