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습니다
홍지원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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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세요?" 대뜸 초면에 나이부터 묻는 사람이 있다. "결혼하셨어요?" 그런 질문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결혼을 했는지, 이혼을 했는지, 사별을 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뜸 그런 질문을 하면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본 걸까? 그리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정말로 궁금해서 질문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게 이름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인지도 말이다. 거기서부터 나름 할 말이 많아진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제목을 들으며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표지의 코끼리 뒷모습이 너무나도 남 같지 않은 느낌이어서랄까. 딱 느낌이 와닿았다. 역시 책은 제목과 표지 그림이 첫인상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내용은 그 뒤의 문제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제목 선정과 표지 그림에 엄청나게 고심하나 보다. 어쨌든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을 싫어하는 입장에서 사이다 같은 느낌의 글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하며 이 책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슬로스타터 홍지원 작가가 말하는 <남의 속도가 아닌 나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이 책은 3 챕터로 구성된다. 챕터 1 '나랑'에는 1부 '어떤 결정을 했든 당신이 옳다', 2부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챕터 2 '너랑'에는 3부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것뿐이에요', 챕터 3 '사랑'에는 4부 '미워하다가 그렇게 또 그리워해', 5부 '매번 기다리는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가 담겨 있다.

제목을 보고 에세이나 심리 서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보고 혹시 시집인가 생각했다. 이런 두께와 크기의 책이면서 이런 제목에 시라니.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니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글이 짧아서 그렇지 읽다 보면 짤막하게 쓴 에세이가 맞다.

가끔 사람들은 무례한 질문을 요구한다

가족이나 친구는 괜찮지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무턱대고 개인적인 것을 물어보면 묵비권을 행사하고 싶어진다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말을 해줄 수가 없는데요" 암묵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51쪽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사양하겠습니다」 중에서)

그런 사람들 많다. 그냥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뭐라도 대화하고 싶어서 생각 없이 던지는 말이고,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이고, 어차피 그들은 답변을 들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황당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그 상황들을 숱하게 맞닥뜨리다 보니 나름 애써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삶에 대한 모든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무례하게 함부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그 누구도 평가할 생각이 없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평가받기를 사양한다"라고. (책 뒤표지 중에서)

원하지 않을 때 "나를 위한다는" 조언을 수차례 들어왔다. 참고 억누르는 것이 때로는 버거웠다. 그래서 그런 조언들에서 자유로운 요즘은 속이 뻥 뚫린 기분이다. 조언은 요청할 때 해야 된다는 것, 그런데 그걸 나도 잘 알면서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조언해 주고 싶은 일이 보인다. 인생은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진행되나 보다. 그래도 최소한 대놓고 무례한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 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글도 짧고 책도 얇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북적북적 시끄러워진다. 그냥 털어내자.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책을 읽으며 때로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듯, 때로는 내 마음을 하소연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 있지 않은가. 누군가 툭 한마디 건드려주었을 때 나도 모르게 내 속 이야기를 하면서 주르륵 눈물까지 흘리게 되는 그런 것 말이다.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듯해서, 그 마음을 위로해 주는 듯해서, 그런 시간이 위로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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