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다.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이라는 점에서였다. 전 세계 1천 6백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거기에 더해 '이 우울한 코로나 시대에 가장 큰 유쾌함을 안겨 주는 소설'이라는 라이니셰포스트의 추천사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올려 주었다.

교활한 미술품 거래인에 의해 사자 앞에 버려진 아들과 모든 것을 빼앗긴 아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는데…….

사바나와 스톡홀름을 넘나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의 대장정! (책 뒤표지 중에서)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이름과 이 설명만을 읽어본 후 본격적으로 이 책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를 읽어보게 되었다.



어느 날 기상천외한 소설을 들고 나타나, 인구 천만의 나라 스웨덴에서 120만 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나스 요나손. 그는 1961년 스웨덴 벡셰에서 태어났다. 1996년 OTW라는 미디어 회사를 설립해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나 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을 망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돌연 회사를 매각하고 20여 년간 일해 온 업계를 떠났다. 요나손은 스위스로 이주한 뒤 오랫동안 구상해 온 소설을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세계적으로 1천만 부가 넘게 판매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2020년 발표한 다섯 번째 소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엉망진창인 세상에 시원하게 한 방 먹이는 이들의 모험담을 그린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입담과 유쾌한 풍자가 돋보이는 요나손의 소설 4종은 전 세계에서 1천 6백만 부 이상 팔렸다. 현재 그는 스웨덴의 섬 고틀란드에 정착해 가족과 함께 닭을 키우며 목가적인 삶을 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드립니다!

교활한 미술품 거래인에 의해 사자 앞에 버려진 아들과 모든 것을 빼앗긴 아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는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는데……. 사바나와 스톡홀름을 넘나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의 대장정! (책 뒤표지 중에서)

솔직히 프롤로그와 1부의 시작까지 읽었을 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닥터 올레 음바티안의 대를 이은 것은 대(大) 올레 음바티안이었다. 그의 장남도 자라나 부친과 조부의 일을 이어받았으니, 이이가 소(小) 올레 음바티안이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이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13쪽)'라는 이야기까지만 읽고 덮어둔 후 이 책을 한참동안 묵혀두고 말았다.

하지만 다시 꺼내 읽어나가게 된 것은 역시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이름과 이 책 제목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도 나는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도 마찬가지로 책의 두께와 분량에 부담스러워하면서 한참을 묵혀두었다가 나중에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경우에는 이 책을 읽기 위해 워밍업이 상당히 필요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대략의 스토리를 알고 읽기 시작하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리라 생각한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사는 빅토르는 교활하고 위선적인 미술품 거래인으로, 비열한 방법으로 아내의 재산을 빼앗고 이혼한다. 또 창녀와의 관계에서 낳은 아들 케빈을 죽이려고 케냐 사바나에 데리고 가서 버린다. 케빈은 원주민 치유사 올레 음바티안의 구조를 받아 마사이 전사로 거듭난다. 하지만 성인식에 할례가 포함되어 있다는 말에 기겁하여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우연히 빅토르의 전 아내 옌뉘를 만나게 된 케빈.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복수를 꿈꾸는데,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복수를 대행하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CEO 후고다. 후고는 양아들을 찾아 케냐에서 스웨덴으로 건너온 올레 음바티안과 함께 두 사람을 위한 복수를 계획한다. (출판사 책소개 중에서)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회사 이름은 이렇게 붙일 거였다. 후고는 선전 문구를 다듬는 작업에 들어갔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시간당 1천 2백 크로나! 만일 우리가 고객의 명예 보호를 위해 입을 다물 필요가 없다면, 전 세계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이 우리의 퀄리티를 보증해드릴 것입니다.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 부분은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아직은 말이다. 하지만 가능했다. (126쪽)

첫 번째 마케팅 작업을 시작한지 며칠도 안 되어, 후고는 12개국 80명으로부터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는데, 대부분은 완전히 미친 내용들이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자신의 장모를 죽이고 싶어 했고, 한 사람은 알바니아를 정복하는 데 도움이 필요했으며, 또 한 사람은 자신의 악마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깊이 빠져있었고, 어떤 이들은 수임료 흥정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소설이어서 가능하다. 소설이어서 이 상황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요나스 요나손의 필력을 느낀다. 그리고 약간의 껄끄러운 그 무언가에 대한 느낌은 옮긴이가 규정지어준다. 그래, 그거다.

의료 사업은 백 퍼센트 양심적이지 못하며, 예술 역시 조금은 사기이다. 하지만 세상은 완전히 순수하지도 못하며 어느 정도는 악하고 모순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는 것, 이게 요나손이 세상을 보는 본질적인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섣부르거나 거짓된 환상을 심어 주는 여타 소설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진실되게 다가온다. 이 혼탁한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양심에 최대한 귀 기울이고 또한 <유쾌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이게 바로 사바나의 현인 올레 음바티안이 그리고 스웨덴의 괴짜 소설가 요나손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515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기발하다. 혹시 두껍다고 읽기를 망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읽다 보면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되니 말이다. 앞부분이 낯설다고 나처럼 '혹시 이번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거 아닌가?'라고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흥미로운 제목, 탄탄한 스토리, 맛깔나는 문장,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갖춰졌는데, 이번 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독자의 시선을 집중하며 끌고 가는 필력이 있다. 다음 작품을 읽을 때에는 이 느낌을 잊지 말고 곧바로 작품에 빠져드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