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회사 이름은 이렇게 붙일 거였다. 후고는 선전 문구를 다듬는 작업에 들어갔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시간당 1천 2백 크로나! 만일 우리가 고객의 명예 보호를 위해 입을 다물 필요가 없다면, 전 세계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이 우리의 퀄리티를 보증해드릴 것입니다.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 부분은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아직은 말이다. 하지만 가능했다. (126쪽)
첫 번째 마케팅 작업을 시작한지 며칠도 안 되어, 후고는 12개국 80명으로부터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는데, 대부분은 완전히 미친 내용들이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자신의 장모를 죽이고 싶어 했고, 한 사람은 알바니아를 정복하는 데 도움이 필요했으며, 또 한 사람은 자신의 악마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깊이 빠져있었고, 어떤 이들은 수임료 흥정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소설이어서 가능하다. 소설이어서 이 상황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요나스 요나손의 필력을 느낀다. 그리고 약간의 껄끄러운 그 무언가에 대한 느낌은 옮긴이가 규정지어준다. 그래, 그거다.
의료 사업은 백 퍼센트 양심적이지 못하며, 예술 역시 조금은 사기이다. 하지만 세상은 완전히 순수하지도 못하며 어느 정도는 악하고 모순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는 것, 이게 요나손이 세상을 보는 본질적인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섣부르거나 거짓된 환상을 심어 주는 여타 소설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진실되게 다가온다. 이 혼탁한 세상 속에서 저마다의 양심에 최대한 귀 기울이고 또한 <유쾌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이게 바로 사바나의 현인 올레 음바티안이 그리고 스웨덴의 괴짜 소설가 요나손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515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기발하다. 혹시 두껍다고 읽기를 망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읽다 보면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에 푹 빠져들게 되니 말이다. 앞부분이 낯설다고 나처럼 '혹시 이번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거 아닌가?'라고 섣불리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흥미로운 제목, 탄탄한 스토리, 맛깔나는 문장,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갖춰졌는데, 이번 책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독자의 시선을 집중하며 끌고 가는 필력이 있다. 다음 작품을 읽을 때에는 이 느낌을 잊지 말고 곧바로 작품에 빠져드는 시간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