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 -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신경균 지음 / 브.레드(b.read)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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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릇 굽는 신경균의 계절 음식 이야기 『참꽃이 피면 바지락을 먹고』이다. '그릇 굽는 분이 음식 이야기를?'이라는 궁금증은 프롤로그에서 바로 해결해 준다.

내가 그릇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사람들은 좋은 그릇이 무엇인지를 종종 묻는다. 이 질문은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릇을 굽는 내가 음식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좋은 그릇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음식 이야기를 하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그래서 거창하지 않게 그릇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생각에 음식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7쪽)

그러고 보니 좋은 그릇에는 좋은 음식이 담기고 그것은 거창한 음식이 아니라 제철에 맞는 소박한 음식이리라 생각된다. 프롤로그부터 압도적으로 나를 휘어잡는 책이다. 음식 먹는 것도, 그릇 빚고 굽는 일도, 사는 땅에 맞추어 하고, 제철 음식을 구하고 상을 차리며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사는 것! 그것을 이 책을 보며 배워본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되어 있다. '봄'에는 장안요의 하루는 시장에서 시작된다, 음식도 그릇도 재료가 기본이다, 마땅한 흙을 찾아서, 그릇 따라 가마를 옮기고, 스님들에게 음식을 배우다, 머위는 5백 원 동전만 할 때 맛있다, 참꽃이 피면 바지락이 맛있고 4월이면 맹종죽이 쑥 올라온다, 벚꽃잎이 흩날릴 때면 햇녹차가 맛있다 등이, '여름'에는 풀이 무성하니 잎을 먹고, 물김치는 머리를 맑게 해 준다지, 재료는 다양해지고 조리법은 단순해지고 등이, '가을'에는 비자 열매 떨어지기를 기다려 줍고 또 줍고, 송이버섯에는 애호박, 홍시 대장 덕에 탄생한 신맛 등이, '겨울'에는 젓국 달이고 김장하고 메주 띄우면 한겨울, 꼬들꼬들 말랑말랑 45일 곶감,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갯벌의 맛, 보름달이 밝으면 물고기가 안 잡힌다, 동치미 익었는데 국수 말아 드실랍니까?, 음식 맛은 불이 좌우한다, 대보름에는 봄동김치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봄부터 겨울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절 밥상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제철 음식을 챙겨 먹지 못하고 살고 있는 듯하다. 마트에 가면 그냥 눈에 보이는 것을 사기 때문에 그게 제철 음식인지 아니면 그냥 나와있는 건지 잘 모르고 먹고살고 있다. 게다가 장에 간 지는 또 한참 되었으니, 어쩌면 예전에는 다들 제철 음식을 챙기며 그렇게 살았겠지만 이제는 계절 따라 자연 따라 사는 삶이 특별한 삶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잎차는 작은 찻잔에 마시고, 말차는 찻사발, 즉 다완에 담아 마신다. 처음 물레를 배웠을 때도 종지부터 만들고 컵-사발-병-항아리 순으로 배웠다. 말차를 마실 때는 잔과 차의 색 대비와 촉감도 중요하다. 최고는 분청자기다. 말차는 뜨거울 때 마셔야 하는데, 열이 서서히 전달되기 때문에 잡았을 때 따뜻함과 함께 그릇의 촉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말차 잔은 계절을 탄다. 덤벙 다완은 화사한 봄날이나 여름에 어울리고, 다소 거친 촉감의 이라보 다완은 늦가을에, 담백하고 소박한 이도 다완은 겨울에 어울린다. (104쪽)

'계절에 따라 어울리는 다완이 이리도 많다니!' 이렇게 또 하나 알아가는 것이다. 이 느낌이 좋다. 신기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며 계절 음식에 대해서도 그릇에 대해서도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음식 얘기와 그릇 만드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이렇게 사계절이 흘러가는구나, 생각된다. 계절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특색들이 정갈하게 담겨 있다. 거기에 더해 이들 부부의 일화도 맛깔스러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나갔다.

이 책을 읽으며 모르던 세계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누구나 겪는 사계절의 흐름인데, 계절에 맞게 살아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계절 음식을 알차게 챙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으니, 이제는 이게 특별한 것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실로 꿰매 묶은 사철 제본으로 되어 있다. 언제든 꺼내들어 펼쳐들어도 책이 손상되지 않고 오래 간직할 수 있겠다. 고급스러운 사진에 사계절 흐름에 따른 구성이어서, 문득 계절의 변화가 있을 때에 생각날 때 한 번씩 꺼내들어 정갈한 제철 음식 이야기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글과 사진이 잘 어우러져서 마음을 훈훈하게 채워주는 책이다. 음식 이야기도, 그릇 이야기도, 기대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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