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이효석의 소설이 담겨있다. 「메밀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화분」, 「약령기」, 「수탉」, 「분녀」, 「산」, 「들」, 「장미 병들다」가 수록되어 있다. 작품해설 '이효석 소설의 서정성'과 작가연보로 마무리된다.
일러두기에 보면 선정된 작품은 1920~1970년 한국 현대 소설사의 대표적 작품들로서 현행 고등학교 검인정 문학 8종 교과서에 실린 작품 외 개별 작가의 대표적 작품을 중심으로 엮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은 대입수능시험은 물론 중고교생의 문학적 소양 및 교양의 함양을 위해 참고서식 발췌 수록이 아닌 모든 작품의 전문을 수록하였다고 하니, 이 점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왕이면 작품의 전문을 두고두고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시리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맨 앞에는 '이효석'하면 떠오르는 「메밀꽃 필 무렵」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전문을 다시 다 읽어본 적은 졸업 이후에 없었던 듯한데, 역시 다시 읽어도 그 장면 그 분위기가 상상이 되어서 마음이 설렌다. 역시 달밤에는 그런 이야기가 격에 맞나 보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 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 생원의 이야깃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