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 -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김수영 지음, 박수연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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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까』이다. 이 책을 접하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벌써 김수영 탄생 100주년이 되었다니!'라는 생각이었고, 바로 이어 '아, 이 책 갖고 싶다'였다. 두고두고 읽고 음미하고 갖고 싶은 시집 하나 발견한 것이다. 게다가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그림집이라는 데에서 오는 호기심에 더하여 결국 이 책을 손에 넣게 되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김수영의 시를 제대로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지은이 김수영. 1921년 11월 27일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에서 시와 연극을 공부하던 중 조선 학병 징집을 피해 1944년 귀국했다. 얼마 후 중국 길림으로 건너가 연극 활동을 하다가 해방과 함께 서울로 돌아왔다. 그해 연희전문학교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당대의 모던 보이들과 어울리며 '신시론' 동인 활동을 했고 신문과 잡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50년 한국 전쟁이 일어나 인민군 문화공작대에 강제 동원되어 군사훈련을 받던 중 탈출했으나 집 근처에서 체포되어 부산 거제리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 1952년 석방된 뒤에는 번역 일과 양계장을 운영하며 시를 썼다. 1957년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했고, 1959년에는 첫 시집이자 생전에 발간한 유일한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출간했다. 버스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하고 사고 다음 날 1968년 6월 16일 숨을 거뒀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비애', 2장 '환희', 3장 '평온', 4장 '고독', 5장 '사랑', 6장 '존재', 7장 '참여', 8장 '역사', 9장 '현대', 10장 '시로 쓴 시'로 나뉜다. 너를 잃고, 구슬픈 육체, 사무실, 국립도서관, 비, 달밤, 거대한 뿌리, 미역국, 풀의 영상, 아침의 유혹, 나의 가족, 여름 아침, 달나라의 장난, 거미, 도취의 피안, 나비의 무덤, 풍뎅이, 사치, 사랑, 사랑의 변주곡, 공자의 생활난, 폭포, 절망, 미인, 풀, "김일성 만세", 연꽃,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가까이할 수 없는 서적, 아메리카 타임지, 병풍, 원효대사, 여름 뜰, 구름의 파수병, 눈 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김수영 소개, 작품해설, 시그림집 참여 화가들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김수영의 작품 중 80편을 뽑아 엮은 시선집이며, 부록으로 김수영의 시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을 수록하였다. 특히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주최한 문학그림전의 도록을 겸하고 있다. '일러두기'에 보면 시 원문에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오기가 분명한 경우에 한해 바로잡았다고 하며,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과거의 표기법을 현대어 표준맞춤법에 맞추어 고쳤다고 한다. 그 점을 감안하여 읽어나가면 된다.

같은 시라고 해도 어떻게 책으로 엮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온다. 이 책은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이라는 설명에 충실한 책이다. 이 책으로 김수영의 시편들을 새로이 접하는 느낌으로 한 편씩 읽어나가는 시간을 보냈다.



각각의 시는 발표 일자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언제 세상에 나온 시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시 감상과 더불어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시에 그림이 수록된 것은 아니지만, 곳곳에 꽤나 다양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림과 함께 읽으니 시를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시와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의 시는 '묘정'의 울음에서 시작하여 '풀'의 울음으로 돌아가고 울음의 끝을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시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것이 결국 그의 시의 생애가 되었다. 그래서 이것을 우리는 시인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운명에 드리운 그림자를 읽고 덮는 사람의 눈앞에 매번 눈이 내릴 것이다. 폐허에, 폐허에 눈이 내릴 것이다. (253쪽, 박수연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 「아홉 개의 언어, 그리고 시로 쓴 시」 중에서)

학창 시절에 접하고 외웠던 시들은 익숙한 느낌으로, 이번에 새로이 읽게 되는 시는 또한 새로운 느낌으로 한 편 한 편 감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학생 때에는 시험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달달 외워야 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 시의 절절함을 가슴에 퍼담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시인 김수영의 생애를 이야기하는 「풀잎처럼 살다」와 작품 해설 「아홉 개의 언어, 그리고 시로 쓴 시」가 수록되어 있어서 시인 김수영과 그의 시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소장하고 틈틈이 김수영의 시를 감상하고 그에 더해 그림 감상을 이어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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