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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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데에는 이 한 문장의 역할이 컸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방법'말이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알고 싶은데, 27가지 방법이나 있다니 읽고 익히고 써먹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에서는 살짝 미심쩍었다. '진지한 농담'이라니 그 선이 어느 정도인 것인지, 거기에 더해 독일인의 농담이라는 데에서 짐작되는 선입견 같은 그 무언가가 나를 살짝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읽은 책이나 방송을 통해 독일인과 농담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해왔으니 말이다. 저자도 이 책에서 거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독일인은 이 점에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독일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은 유머 감각을 키우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헝가리 출신인 우리 어머니는 니체를 읽는 나를 보시더니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불러 헝가리-오스트리아-보헤미아 출신이 쓴 책들을 권해주셨다. 토르베르크, 헤르츠마노프스키, 베르펠, 요제트 로트 같은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65쪽)

하지만 어쨌은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될 때에는 읽는 편을 택하는 나로서는 결국 이 책을 읽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특히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이 책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베를린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며,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베를린판 편집자와 《쥐트도이체 자이퉁》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빌트》에 글을 쓰고 있다. (책날개 발췌)

독자들께서는 이 책에서 자신을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법 따위를 찾지는 못할 것이다. 이 같은 완벽함을 규정하려는 시도만으로도 주제넘어 보인다고도 생각한다. 다만 완벽함에 이르려면 어떤 방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지를 생각해 보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데 여러분도 동의하기를 바랄 뿐이다. (44쪽)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27가지 덕목은 다음과 같다. 현명함, 유머, 열린 마음, 자족, 격식, 겸손, 충실, 정조, 동정심, 인내, 정의, 스포츠맨십, 권위, 데코룸, 친절, 인자함, 솔직함, 관후함, 절제, 신중함, 쿨함, 부지런함, 극기, 용기, 관용, 자부심, 감사함이 바로 그것이다. 들어가는 글 '어른들이 사라진 시대에서 어른으로 산다는 것'으로 시작하며, 나가는 글 '권위가 아닌 품위로, 어른으로의 권유'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사도를 27가지로 정리했다고 한다. 이 말을 보고 나는 다시 앞으로 가서 표지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기사도'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여기에서 다시 생각해 보자면, 어쩌면 편견 없이 이 책을 맞닥뜨리라는 의도에서 고심 끝에 그 이야기는 본문에만 넣는 것으로 결정했으리라 생각된다. 덕분에 '기사도'라는 이름 말고 그 내용에 집중해서 27가지 덕목을 짚어보며 품위를 가진 진짜 어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농담'보다는 '진지함'에 무게를 둔 책이어서 그런 점을 감안하고 읽어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까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어쩌면 행간을 제대로 파악한 건가,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있었다.

이 책에서 스물여덟 가지가 아닌 스물일곱 가지 덕을 다루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1+2+4+7+14'처럼 약수들의 합으로 이뤄진 28은 이른바 완벽한 숫자인데, 완벽함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갑다. 문법에서 현재완료로 종결된 것, 지나간 것이다. 라틴어 페르피케레는 '완료하다, 마치다'라는 뜻이다. 완전무결한 것은 죽은 것, 경직된 것이다. 숫자 27은 완벽에 조금 못 미쳤다는 바로 그 이유에서, 그리고 나아갈 방향은 직시하되 목표에 도달했다고 우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47쪽)


하지만 이 책이 해석하기 어려운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 책의 중간중간에 Q&A를 볼 수 있는데, Q&A에 담겨있는 말들은 따로 그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보기에도 좋다.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를 자아낸다. 예를 들어 '술이나 커피를 마실 때 정치 이슈를 화제로 꺼내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고 있다. '당신이 정치적으로 중도에 서 있다면 당신의 견해는 주변을 따분하게 만들 뿐이다. 어느 한 쪽으로 쏠린 생각을 가졌다면 당신의 발언은 분위기만 얼어붙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정치 얘기를 하느니 차라리 입을 다물자.(395쪽)' 왜 그런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겠다.


쇤부르크는 독일 문학에서 보기 드물게

진지한 이야기를 우아하면서 가볍게 전달할 줄 안다.

_타게스슈피겔

이 책을 읽어보면 '진지한 이야기를 우아하면서 가볍게'라는 표현이 적당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진정한 어른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덕목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게 된다. 기사도와 27가지 덕목 등을 소재로 현대인들에게 품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짚어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한다고?'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사이에서 적당히 줄다리기를 하며 균형을 잡고 있어서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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