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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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초엽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이다. 안 그래도 김초엽 작가의 전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궁금했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책은 단편소설이고 이번 책이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새삼스러웠다.

어쨌든 소설을 읽을 때에는 배경지식 없이 소설 속 세계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더욱 흥미로운 법이니, 이 책도 제목과 작가의 이름 정도만의 정보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언급을 좀 하자면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여 푹 빠져들어 읽어나간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는 김초엽. 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1장 '모스바나', 2장 '프림 빌리지', 3장 '지구 끝의 온실'로 이어지며, 작가의 말과 참고문헌으로 마무리된다.

이 책을 펼쳐들고 나는 두 가지에서 놀랐다. 첫째, 이 책이 SF소설이라는 점에서였는데 그 점이 나에게는 나름 반전이었다. 정말 아무런 정보 없이 읽어나가기 시작하긴 했나 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이질적이지 않고 재미있었다. 보통 SF 소설은 일단 낯선 느낌으로 시작하곤 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이질감이 없었다. 그냥 가까운 미래, 아니면 약간 거리가 먼 미래라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 충분히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데에서 오는 현실적인 느낌에 금세 적응하며 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때는 인류 대멸종 이후 재건 60주년, 어느 날 메일이 왔다.

[악마의 식물이 내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데, 이거 혹시 멸망의 징조 아니야?]

자극적인 제목이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모스바나가 갑자기 정원에 등장했는데 이게 나타날 이유가 없는데 아무래도 불길하고, 혹시 나쁜 징조인 건 아닌가 싶다는 이야기였다. (40쪽)

모스바나는 더스트 시대 후기, 그리고 재건 직후의 빈곤한 시대에 가장 번성했던 우점종이었는데, 더스트 시대부터 종식 직후까지 독점종의 지위를 차지하다가, 재건 이후 서식지가 급격히 감소해 최근에는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해월시 이상 증식으로 보고가 된 것이다. 해월은 한때 최대 로봇 생산지였고, 분지 특성상 돔을 건설하기 수월해서 더스트 폴 직후 가장 먼저 대피용 돔 시티로 지정된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계들의 집단 오류로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한 이후에는 유령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지역 주민들의 제보에 따르면 약 삼 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매년 한두 건씩 국지적인 증식 현상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멸망과 재건은 지구의 풍경을 바꾸었다. 더스트생태학은 그 변화의 풍경을 포착하는 학문이다. 어떤 것들이 사라졌고, 어떤 것들이 새롭게 나타났으며, 어떤 것들이 적응해서 변화한 지구의 구성원이 되었는지가 더스트생태학의 연구 대상이었다. 세계 곳곳에 더스트를 피하기 위한 거대 돔이 세워졌을 때 사람들은 숲이나 들판의 생물들을 위한 돔은 만들지 않았다. 많은 종이 멸종을 향해 갔지만, 빠르게 더스트에 적응해 변이한 식물들도 있었다. (83쪽)

가끔 지구 멸망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처음엔 어차피 다들 사라지는 것이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다. 멸망과 재건으로 지구의 풍경이 바뀌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소설이기에 가능한 디테일한 상상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애써 예전의 산딸기 같은 것을 복원해보아도 그 맛이 안 나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껏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식물이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모스바나처럼 말이다.

'어떻게 식물이 그럴 수 있을까' 그 발상과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여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이 느껴졌다. 내 시각으로는 상상하지 못하는 어떤 세계를 작가가 만들어냈고, 나는 독자로서 함께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계속 읽어나갔다.



작가의 말을 읽다 보니 이 책이 탄생한 배경이 더욱 흥미롭다. 작가는 자신이 잘 아는 이야기, 아니면 부담 없이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는 주변인이 아는 세상에 근거해서 이야기의 씨를 싹 틔우고 꽃피우고 열매 맺는 것이다. 사소하게 주고받은 대화라든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말속에서도 이야기의 씨앗을 잡아내는 것이 소설가다. 그런데 작가에게는 원예학을 전공하신 아버지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했을까.

교외에서 새로 오픈한 온실 카페에 앉아 아빠에게 질문을 늘어놓았다.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도 퍼져 나가는지, 식물의 생애는 어떤지, 초본과 목본의 차이는 뭔지, 일년생과 다년생은 또 무엇인지, 서식지에 따라 식물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식물종이 여러 기후 조건에 적응할 수 있는지…… 그때만 해도 식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던 나는, 두서없는 질문들을 통해 하나의 질문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런 이상한 식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원예학을 전공한 아빠가 나에게 해준 대답은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라는 거였다. (388쪽)

소설 속 상황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잘 끌고 나가서 실감나게 몰입해서 읽어나갔다. 실제 상황, 긴급상황 같았다. 정말 있는 식물인 듯한 느낌에 모스바나 검색까지 해보았다. 결과는 그냥 비공개. 궁금하면 직접 검색해보시라.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인간의 상상력을 총동원하여 미래 세계를 그려본다. 먼 미래의 모습을 실감 나게 보는 듯해서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그리고 현실 세계를 돌아본다. 이미 비슷한 듯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며 거기에 대한 판단은 뒤로하고, 지금은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속 미래 세계를 살펴본다. 멸망과 재건 이후의 세상, 거기에 존재하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는 말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가 메아리처럼 퍼져나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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