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문명을 논하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미요시 유키오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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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대표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강연과 평론, 편지, 일기, 단편 등의 자료를 모은 책이라고 하여 읽어보고 싶었다. 단순한 호기심에 찜해두었는데, 이 책의 뒤표지에 있는 글을 보고 더욱 관심이 생겼다.

일본의 국민 작가이자

근대 문명개화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나쓰메 소세키의

신랄한 근대와 문명 비판론! (책 뒤표지 중에서)

그러니까 이 책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강연, 평론, 편지글, 일기, 단편…을 통해 작가로서뿐 아니라 평론가, 연구자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파헤치는 내밀한 근대 일본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어떤 내용을 접하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나쓰메 소세키, 문명을 논하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엮은이는 미요시 유키오. 국문학자로서, 근대문학을 폭넓게 연구하였다. 1989년 야마나시 현립문학관의 초대관장을 역임하였으며, 재임 중에 1990년 별세하였다. 저서로는 『일본 문학의 근대와 반근대』 『근대문학연구란 무엇인가』 등이 있으며, 편서로는 『나쓰메 소세키 서간집』 등이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소설 이외의 영역에서 소세키의 문명 비판과 관련된 발언을 선별해서 모아놓은 것이다. 「현대 일본의 개화」나 「나의 개인주의」 등 공적인 자리에서 행해진 저명한 강연이나 평론 이외에 편지(서간)·일기·단편 등 사적인 글에서도 일부를 뽑아 수록했다. 발언한 순서대로 배열해놓지는 않았지만, 소세키의 육성을 가장 잘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순수한 문명론만이 아니라 인생론·존재론 등과 관련된 내용도 수록했다. 소세키가 행한 문명 비판의 밑바탕에 내재된 것을 엿보게 해주는 값진 자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10쪽, 미요시 유키오 해설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에는 현대 일본의 개화, 내용과 형식, 문예와 도덕, 나의 개인주의, 모방과 독립 등의 글이, 2부에는 런던 소식, 우견수칙, 인생 등의 글이 담겨 있다. 3부에는 1901년의 일기, 단편, 1912년 일기, 편지 등이 수록되어 있다. 미요시 유키오의 해설과 옮긴이 후기로 마무리된다.

강연을 현장감 있게 살려주어서 현장 분위기를 짐작하며 읽어나가는 묘미가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강연이 <현대 일본의 개화>라는 1911년(메이지 44년) 8월 와카야마에서의 강연인데, 강연의 시작을 날씨 이야기로 한다. 무척 더웠던 날인 가보다. 날이 이리 더워서야 많은 인원이 모여 연설을 들으시는 게 필시 괴로우실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연설을 하는 입장에서도 그리 녹록지 않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덥고 북적북적한 분위기이지만 강연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짧게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주제에 맞게 강연을 해나가고 있고 그날의 분위기를 짐작하며 그 자리에서 강연을 듣는 듯 이 책을 읽어나간다.



나쓰메 소세키는 1900년, 문부성으로부터 런던 유학을 명받았는데, 명목은 영어연구였으며 제1회 국비 유학생 자격이었다고 한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유학 후 교사가 되었다. 어쩌면 강연이 아니면 알지 못했을 내면의 갈등이나 생각을 강연에서 솔직하게, 그리고 신랄하게 풀어내니, 직접 강연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장감에 더해 나쓰메 소세키라는 한 인간에 대해 파악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강연 중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다른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지금 시대의 소설가처럼 현장감을 느끼며 그 상황을 짐작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결국 1년 후 저는 어느 시골 중학교로 부임했습니다. 이요의 마쓰야마에 있던 중학교였습니다. 여러분은 마쓰야마의 중학교라는 소리를 듣고 웃으시는데, 아마 제가 쓴 『도련님』이라는 소설을 보셨나 보군요. 『도련님』 안에 '붉은 셔츠'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데 그 사람은 도대체 누구를 모델로 쓴 거냐고 요즘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누구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면 당시 그 중학교에 문학사란 저 한 사람뿐이기 때문에 만약 『도련님』 속에 나온 인물을 하나하나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한다면 붉은 셔츠는 즉 제가 되어야 하거든요. 무척 분에 넘치는 행운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지네요. (131쪽)

사실 위에 언급한 내용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이 나온 부분이어서 부드럽고 가볍게 이야기한 것을 적어놓은 것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보다 무겁고 진지하고 날카롭게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하나하나 읽으며 의외의 느낌이었고, 그렇게 하나씩 들어가며 나쓰메 소세키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지금껏 그의 작품만을 보아왔고 다른 부분은 전혀 모르던 상황에서 그의 강연, 평론, 편지글, 일기 등을 엮은 책을 읽고 보니, 나쓰메 소세키라는 인물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꼭 지금 어디에선가 강연을 펼치고 있는 소설가로 되살려낸 듯한 책이다.

기록의 의미가 있는 책이어서 나쓰메 소세키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그의 작품 말고 다른 부분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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