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 개정 증보판
고수리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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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고 나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라니! 무언가 낭만적이고 섬세하고 감수성이 느껴진다. 아무리 현실이 버겁고 힘들어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글로도 충분히 위로받고 살아갈 힘을 얻으니 말이다.

어둠 속이 너무 희미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 (책 뒤표지 중에서)

이 말에서부터 나는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가로등을 켜주겠다는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달빛에서도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는 것이니 말이다. 현실적이면서도 내 안의 능력을 끄집어내도록 응원해주는 것이니 이 책 속의 문장들에서 위로받고 싶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수리. 휴먼다큐 KBS <인간극장> 작가로 일하며 특별할 것 없는 삶에도 이야기가 있다는 걸 배웠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라며 지자체와 학교 <창비학당>에서 글쓰기 안내자로 활동한다. 이 책은 잠들지 못하던 밤마다 써 내려간 글을 처음으로 모은 책이다. (책날개 발췌)

나는 그날의 하얀 눈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글을 쓸 것이다. 손가락으로 몇 번을 지웠다가 또 썼다가. 우리가 매일 말하는 익숙한 문장들로 싸박싸박 내리던 그날의 눈처럼, 담담하게 말을 건넬 것이다. 삶처럼 지극히 현실적인,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위로의 말을. (13쪽,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눈 내리던 밤'을 시작으로, 1장 '보이지 않아도 반짝이는 별이 있다' 2장 '이 세상에 사랑이 존재하는 한', 3장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으니까'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꿈에 카메라를 가져갔어'로 마무리된다. 고작가의 날들, 작은 기적, 내가 사랑한 1분, 기억을 걷는 시간, 밤의 피크닉, 산타클로스는 있다, 일요일의 공기,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저 고수리 작가예요. 수리수리마수리 고수리 작가요!"

어르신들은 내 이름을 좋아했다. 아하, 수리수리마수리 고수리 작가! 다음번 통화에서도 그렇게 나를 기억해주셨다. 지긋지긋하게 놀림을 받았던 특이한 이름이 이렇게 빛을 발할 줄이야. 귀가 어둡고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나는 수화기에 입을 딱 붙이고 큰 소리로 말했다. 고 수 리. 내 이름 석자에 악센트를 주고선 아주 명랑한 손녀 톤 목소리로.

수리수리마수리 고수리 작가. 조금 웃기면 어때. 나는 그 호칭이 좋았다. (16쪽)

시작부터 시선을 확 잡아끈다. 저자의 이름을 보았을 때 무언가 남다르긴 했는데,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한번 들으면 어르신은 물론, 전 국민이 한 번에 기억하겠다 싶었다. 고수리 작가는 KBS <인간극장> 취재작가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발로 뛰면서 삶을 취재해나가면서 작가로서의 이야기도 무르익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다. 별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우리들이 주인공이다. 이 책은 잔잔하게 녹아들어 온통 빛이 나는 은하수를 만난 듯하다. 읽다가 문득 울컥하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며, 든든하고 힘이 되기도 한다.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삶이 다 드라마예요." (22쪽)

어둠 속에 보이지는 않아도 누군가에게만 반짝이는 별이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별이었다. 누구나, 누군가의 별이었다. (65쪽)



이 책을 읽다가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글이 있었다.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이다. 저자는 스스로 불행하고 어둡다고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고, 그때에 블로그에는 어두운 글만 엄청나게 썼다고 한다. 그때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었다. 블로그로 모르는 사람이 쪽지를 보내온 것이다. 자살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이었는데 "혼자 죽는 게 힘들면 우리 같이 죽어요."라고 쪽지가 왔다는 것이다. 그제야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나는 어두운 글을 쓰고, 어두운 생각을 하고, 스스로 어둡다고 여기면서도 죽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는 살고 싶었다. 하루하루 힘겨워도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살아가야 할 실낱같은 희망을, 어둠을 밝혀줄 한 줄기 빛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찾아온 건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죽음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내가 너무 깜깜한 나머지 방향을 잃었구나. 더는 어둠 속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겠구나. (182쪽)



삶의 이야기가 진하게 우러나 있는 에세이다. 어둠이 어둡지만은 않고 밝음이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들이다. 읽다 보면 그 모습이 우리들의 삶 같은 느낌이다. 살다 보면 접하게 되는, 혹은 겪게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 말이다. 걱정거리 하나 없을 듯한 사람도 알고 보면 걱정 가득하고, 죽을 듯 괴롭고 힘든 사람에게도 알고 보면 웃음도 희망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를 눈여겨보면서 마음 뭉클해지는 시간을 보낸다. 억지로 응원하고 희망을 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위로를 건네주어 잔잔한 향기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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