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퍼
주세페 토르나토레 지음, 이현경 옮김 / 본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시네마천국>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영화 <베스트 오퍼> 원작소설이다. 보통 '원작소설'이라고 하면 영화보다 더 길고 두껍고 그런 소설을 상상하게 마련이다. 이 책을 보았을 때 나는 놀랐다. 생각보다 엄청 얇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탄생 과정을 알게 되니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이 짧은 소설은 문학적 유용성을 의도했다기보다는 오로지 방법론적인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11쪽)는 것이다. 출판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 구상 단계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진정한 소설이 아니라 한 영화감독이 좀 더 민첩하고, 좀 더 단순하고, 좀 더 자신의 직관에 맞게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고안한 전략 중의 하나를 증언하는 것뿐이다. 형식적으로 순수하지 않은 텍스트다.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영화 대본이라고도 할 수 있고, 둘 다라고도 할 수 있다. (13쪽)

이 소설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반전으로 다가왔다. 소설가가 소설을 써놓으면 그 작품을 보고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일 말고, 그 반대로 작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이 소설이 궁금했다. 특히 <시네마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일어서 이 책 《베스트 오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주세페 토르나토레.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각본가, 제작자, 작가이다. 30년이 넘는 활동기간 동안 드라마 영화인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바리아>, <베스트오퍼> 등의 감독과 각본가로 알려져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시네마 천국>(1988)이다. (책날개 발췌)

나는 일반적으로 한 아이디어를 아주 오래, 심지어 몇 년씩 곰곰이 생각한다. 이야기 구성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탄탄하고 극적 완성도를 성취할 만한 자질이 있다는 확신이 들 때만, 그럴 때만 비로소 혹시 어떤 제작자가 내게 새로운 계획이 있는지 물어오면 직접 설명을 해야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더 베스트 오퍼>는 이 과정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이 영화는 정말 특이하게 탄생했다. (6쪽)

맨 앞에 작가의 말이 나온다. 그런데 '이중대위법'이라는 제목이다. 이는 음악 용어인데, 이중대위법은 하나의 가락에 다른 가락을 삽입해서 서로 다른 주제가 공존하는 것으로 각각의 가락이 지닌 잠재적 표현력과 조화를 새로운 형태로 고양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떠올린 두 인물이 다른 시대에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매력과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 관계도 없었지만, 이들 두 인물을 교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두 인물을 연결하자 광장공포증이 있는 여인의 사연과 경매사의 이야기가 기적일 정도로 완벽한 서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더 베스트 오퍼>가 탄생한 것이다. 이 과정을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눈앞에 그려지면 몰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미술품 경매사 버질 올드먼과 광장공포증이 있어서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내향적인 여인 클레어 이벳슨의 만남이라니. 그들의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작품에 빛이 난다. 영화제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설이어서 얇은 책이면서도 핵심을 아우르며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니 다음 장면이 궁금해져서 계속 읽어나간다.

그런 전문적인 일을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고 숙련이 돼야 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위조품 문제에 대해서 버질은 완전히 개인적인 철학을 갖고 있었다. 위조품을 이해하려면 진짜 예술품인 것처럼 그것들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조 작가의 작품도 다른 예술품 같은 작품이다. '모든 위조품 속에는 늘 진실한 무엇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며, '다른 사람의 작품을 베끼는 속임수를 부리며 위조 작가는 거기에 자신의 것을 덧붙이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의미할 정도로 작은 부분, 전혀 흥미 없는 세부양식,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붓질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것들 속에서 사기꾼은 불가피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자신의 진짜 표현 감각을 노출한다.' (84쪽)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다가 쿵, 마음을 뒤흔든다. '이런 이야기였구나!'

<베스트오퍼>는 기막힌 반전이 있는 거짓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뒤표지 중에서)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읽었는데도 어느 순간 그 사실조차 잊고 몰입해서 읽어나가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헉' 했다. 어느 순간, 지금껏 알던 세상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며 소용돌이치듯 마음을 뒤흔드는 이런 느낌 좋다. 어서 영화도 찾아보아야겠다.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잘 못 보고 지냈는데 덕분에 좋은 작품을 알게 된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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