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긴 여행을 했었어 (리커버 에디션) - 소설가의 세계 여행 에세이
박재현 지음 / 미구출판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 지금쯤 다들 가장 최근에 갈까 말까 고민했던 여행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리라 생각된다. 거의 막차 타듯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갈까 말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룬 사람도, 그보다 한참 전에 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도 모두들 코로나가 이렇게 길게 갈 줄은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 한, 언젠가는 이 상황도 끝이 날 것이다. 그때를 위해, 그때까지 버티기 위해, 그냥 오늘 하루 보다 드넓은 세계에서 꿈꾸기 위해서 등등 우리에게 여행을 꿈꾸는 시간은 필요하다. 그리고 여행 책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은 소설가의 세계 여행 에세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2년간의 세계 여행, 간결한 문체와 에피소드 중심의 에세이, 따뜻한 색감의 사진을 이 책 『조금 긴 여행을 했었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재현. 현재 미구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문학』에서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장편소설 『당신만 모르는 이야기』, 에세이 『송창식에서 일주일을』을 썼다. (책날개 발췌)

이 책에는 출발, 워밍업, 히말라야의 좀비, 유일한 나라, 웃는 사람들, 휴가, 설마, 커다란 온실, 밤은 깊고 달은 밝고, 오래된 편지, 상흔, 한밤의 파스타, 두 번째 사우나, 세 친구, 하늘 보는 시간, 반도의 햇살, 선물, 덕분이에요, 두 가지 재회, 치유하고 치료하고, 빼앗기고 말았어 정신을, 혼란과 평안, 가장 확실한 봄, 내겐 집이 있었다, 언젠가는 베를리너, 축축한 이야기, 매직, 0, 노인과 바다, 클로즈업, 시가도 필 줄 모르면서, 하루만 더, 갈래?, 낯선 동네에서 바다까지 크리스마스의 정석, 항공권을 사는 마음, 안 될 게 뭐 있어, 후회, 도쿄는 밤, 비밀의 숲, 온천보다 좋아, 집으로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나는 한때 배낭여행을 즐겼지만, 지금 생각엔 그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아득해진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여행 다닐 때의 장면과 오버랩된다. 그 시절의 나를 만나기도 하고, 못 가본 곳에 대한 아쉬움 혹은 간접경험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특히 나는 부탄에 무척이나 가보고 싶었다. 세상에 첫눈 내리는 날이 공휴일이라니 낭만적이지 않은가. 게다가 행복한 나라라고 하니 직접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부탄 여행은 결국 시도하지 못했다. 비용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기도 해서 결국 못 가보았는데, 그만큼 절실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길에 올라본 듯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궁금증이 큰 나라였다. 소국인데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개인 여행은 할 수 없고 오로지 현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와 운전사가 동행해야 한다니. 게다가 하루에 200달러 이상 써야 한댔다. 도대체 부탄엔 무엇이 있는 걸까. (30쪽)



한 번 사는 인생이어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게 마련이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나는 되도록 자유여행으로 느릿느릿 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마음에 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에야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리 순간에 충실해도 시간이 흐르면 기억에서 희미해지게 마련이다. 사진을 보고 나서야 '아, 그때 그랬지'라면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사진도 충분히 찍고 여행의 순간들을 글로 엮어 책으로 낸 것이 정말 부럽다. 어디 내놓아도 손색없는 생고생과 잊기 힘든 기억마저도 다 추억으로 남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추억이 되고 힘이 되고 든든한 활력이 될 것이다.



여행을 되돌아볼 때 아름다웠던 장소만 떠오르는 게 아니었다. 이동하면서 본 풍경과 그 안에서의 농축된 지겨움, 늘어놓았던 단상 역시 자세히 그려졌다. 필연적으로 소중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니 조금 덜 괴로워해야지. 그때 눈 감고 했던 생각이 언젠가 나를 지지해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86쪽)




이 시간 전후로 이렇게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으로나 가능하겠다. 특히 가능해진다고 해도 앞으로는 이렇게 여행할 생각이 없으니 책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특히 누군가의 여행기를 읽으며 예전의 내 모습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들 때에는 반갑고 아련해졌다. 여행을 즐기던 어느 시기의 내 마음으로 읽어나가다 보니 세계 여행을 끝낸 듯 아쉬워진다. 이런 게 여행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일 테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그래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개성 있는 그런 여행기를 읽어보았다. 간결하게 자신의 여행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들려주는 책이다. 여행을 끝낸 후 책에 담을 사진과 에피소드를 골라내는 작업 또한 여행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 여행을 꿈꾸는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